◆ 삼성SDS 주가, 삼성 내부 일감 벗어나 대외사업 키우기가 열쇠
삼성SDS 주가의 향방은 대외사업의 성장속도에 달렸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홍원표 삼성SDS 사장은 2019년 경영방침을 ‘대외사업을 통한 혁신적 성장’으로 정하고 삼성SDS의 삼성그룹 외 매출비중을 늘리는데 온힘을 쏟고 있다.
이스라엘 클라우드회사 이과지오에 지분 투자, 베트남 IT서비스회사 CMC에 전략적 투자, 미국 SAP와 협력 강화, 중국 디지털차이나와 업무협약 체결 등 글로벌기업들과 협력관계도 다졌다.
홍 사장의 대외사업 확대는 단순히 회사의 성장 문제만은 아니다.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을 낮춰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가라앉히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SDS은 내부거래 비중이 80%가 넘어 계열사 의존도가 매우 높은 곳이다. 이 때문에
홍원표 사장은 취임 이후 계속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기 위해 노력했다. 삼성SDS가 계열사를 통해 올린 매출 비중은 2018년 86.7%에서 2019년 81% 수준으로 낮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삼성SDS는 일감 몰아주기 리스크에서 자유롭지가 않다.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삼성SDS가 도마에 올랐다.
김용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삼성SDS는 계열사 물류물량을 받아 몸집을 키웠다”며 “국내 물류회사들이 삼성SDS 때문에 초토화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계열사 물류 몰아주기 문제를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삼성SDS 물류부문 매출은 2012년 3천억 원이었지만 2019년 상반기 기준 2조3천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43.3%를 차지할 정도로 크게 성장했다.
물류부문은 2016년 사업 분할을 추진하다가 철회된 적도 있다. 삼성SDS 기업가치에도 여러모로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일감 몰아주기 이슈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 김상조 한마디에 휘청한 ‘오너의 주식’
삼성SDS가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 얼마나 취약한지 잘 드러내 보이는 사례가 있다.
삼성SDS 주가는 2018년 6월15일 하루만에 3만2천 원, 무려 14.65%가 하락하는 충격을 겪었다.
바로 김상조 당시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 1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오너일가가 보유한 비주력 계열사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는 발언을 한 날이다.
김 위원장의 말이 시장에서 일으킨 파장은 컸다. 삼성SDS 주가가 폭락하자 김 위원장은 며칠 뒤 비상장계열사를 두고 한 말이라고 해명을 내놓았다. 그러자 삼성SDS 주가는 이날 또 5.37%나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삼성SDS 주가가 공정위원장의 말에 요동친 것은 그만큼 이 회사의 기업가치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각에서 오너일가의 주식이라는 생각이 절대적이라는 뜻이다.
삼성SDS 지분은 삼성전자가 22.58%, 삼성물산이 17.08%를 보유하고 있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20%로 세 번째이자 개인 최대 지분을 들고 있다.
‘오너의 주식’이라는 프리미엄은 2014년 삼성SDS가 처음 증시에 상장할 때도 영향을 미쳐 상장 첫날 삼성SDS는 30만 원이 넘는 주가로 시가총액 6위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은 11.25%였고 이후 일부 주식을 처분해 다른 계열사 지분을 사기도 했으나 여전히 적지 않은 지분을 들고 있다. 공정위원장의 지배구조와 일감 몰아주기 관련 압박이 나올 때마다 주가가 출렁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대외사업 비중 늘려 실적은 늘었지만 주가는 제자리
홍원표 사장은 삼성SDS 주가부양 측면에서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삼성SDS 주가는
홍원표 사장이 취임하기 전인 2017년 12월13일 19만9천 원이었는데 2019년 12월2일 현재 19만7500원으로 소폭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2480.55에서 2084.07로 크게 후퇴한 점을 고려하면 선방했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삼성SDS가 상반기에 매출 10.9%, 영업이익이 80.7% 늘어나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에 제자리걸음을 하는 주가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홍원표 사장은 2019년 2월 200주를 매수하는 것으로 시작으로 8월까지 모두 8차례에 걸쳐 1100주의 자사주를 사들이면서 실적 개선과 주가부양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시장은
홍원표 사장의 기대에 부응하지 않았다. 주가는 2019년 3월 한때 23만9천 원까지 오르기도 했으나 다시 차츰 하락세를 타 아직 반등의 발판을 마련하지 못했다.
◆ 삼성 외부영입 CEO, ‘이재용 지분가치’ 키우기 중책
삼성SDS의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외부 매출을 늘려나가면서 내부거래를 통해 성장하는 회사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홍원표 사장이 삼성SDS를 이끌고 있다는 의미는 작지 않다. 외부 출신인
홍원표 사장은 삼성SDS가 계열사들과 관계에만 의존하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에 적격이라고 할 수 있다.
삼성그룹은 외부 출신에게 중책을 맡기지 않는 ‘순혈주의’ 기조가 강한 곳으로 여겨져 왔다.
홍원표 사장은 2012년 삼성그룹 연말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는데 당시 최연소 사장 승진자이기도 했다. 외부 출신으로서 그룹 인사에서 각광을 받아 삼성의 순혈주의가 깨졌다는 해석이 나왔다.
더욱이 당시 인사는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승진인사도 이뤄졌던 터라
이재용 부회장체제로 세대교체와 새판짜기가 진행된다는 의미도 적지 않았다.
이후
홍원표 사장은 2015년 삼성SDS로 자리를 옮겼고 2017년 연말인사에서 대표이사에 올랐다.
이재용 부회장 지분만 9.2%, 오너일가 지분을 모두 합하면 17.02%에 이르는 중요한 회사의 기업가치를 관리하는 일이 삼성그룹에 몸담은 지 채 10년도 되지 않은
홍원표 사장에게 맡겨진 셈이다.
◆ 기술, 경영, 소통 모두 능통한 젊은 전문경영인
홍원표 사장은 기술은 물론 마케팅과 경영에도 능숙한 전문경영인으로 평가받는다.
2013년 이석채 전 회장의 후임으로 KT 회장 후보에 거론될 만큼 단순히 기술 이해도가 높은 엔지니어가 아니라 최고경영자로서 다방면의 역량을 갖추고 있는 데다가 안팎의 소통에도 능한 것으로 여겨진다.
홍원표 사장은 삼성전자로 영입되기 전부터 네트워크·통신기술 분야 전문가로 이름을 알렸다.
미국 벨 통신연구소에서 책임연구원으로 일했고 KT로 자리를 옮긴 뒤 세계 최초 와이브로 상용서비스를 주도했다. KT가 주축이 된 글로벌 와이브로 연합체 WMC의 초대 의장을 맡기도 했다.
이후 삼성전자로 이동해 상품기획팀장, 글로벌마케팅실장 등을 지내며 삼성전자 휴대폰사업 발전에 힘을 보탰다.
홍원표 사장이 박사학위를 받은 미시간대학교는 2017년 그에게 임팩트어워드를 수여하며 “모바일산업 역사상 가장 크게 흥행한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의 일등공신”이라고 소개했다.
삼성SDS에서는 신설된 솔루션사업부문을 맡아 해당 분야 전문가로서 사업역량을 높이는 데 힘썼고 실적 개선에도 기여했다.
홍원표 사장은 대표이사에 오른 뒤 클라우드, 스마트팩토리, 인공지능 분석, 솔루션의 4대 IT전략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퍼블릭과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한번에 관리하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플랫폼, 스마트팩토리를 넘어선 인텔리전트팩토리 넥스플랜트(Nexplant), 인공지능 분석 플랫폼 브라이틱스(Brightics), 업무 자동화 솔루션 브리티웍스(Brity Works) 등의 서비스를 선보였다.
4대 전략사업 외에 블록체인 사업도 키워냈다.
삼성SDS는 블록체인 플랫폼 넥스레저를 활용해 은행연합회의 뱅크사인서비스를 구축했고 의료보험금 자동청구서비스도 선보였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가트너 글로벌 블록체인 주요기업, 포레스터 아시아태평양 블록체인 대표사업자 등으로 선정됐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