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김 사장은 LG화학의 2020년도 임원인사를 통해 배터리 생산관리와 관련한 부담을 다소 덜게 됐다.
이번 임원인사에서 LG화학은 전지사업본부에 CPO(Chief Production & Procurement Officer)를 신설했다. ‘최고 생산 및 조달 책임자’ 정도로 볼 수 있는 이 자리에 김명환 LG화학 배터리연구소장 사장이 임명됐다.
신 부회장은 배터리 생산 관련 업무를 김명환 사장에 맡겨 김종현 사장이 배터리사업의 성장 과제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김종현 사장이 신 부회장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 부회장은 LG화학 전지사업본부가 2024년 매출 30조 원 이상을 내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담당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2018년 매출이 6조5천억 원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김 사장은 4년 동안 배터리 매출을 5배 키워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LG화학 배터리사업의 핵심은 전지사업본부 매출의 절반가량을 내는 전기차배터리다. 수주산업이라는 전기차배터리의 특성을 감안하면 김 사장의 과제는 전기차배터리의 수주잔고를 늘리는 것으로 좁혀진다.
LG화학은 전기차배터리 수주잔고가 2019년 1분기 말 기준 110조 원으로 세계 1위에 올라 있다. 그러나 김 사장이 안심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오히려 김 사장은 폴크스바겐 등 기존 LG화학 고객사들의 전기차배터리 수요를 LG화학으로 더욱 끌어오기 위해 영업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시급한 상황에 놓여 있다.
중국시장에 안주하며 배터리시장 점유율을 키워 온 글로벌 점유율 1위 회사인 CATL이 중국을 넘어 글로벌로, 특히 LG화학의 주요 사업무대인 유럽으로 영역을 넓히는 데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CATL은 독일 튀링겐주에 첫 해외 전기차배터리 생산공장을 짓는 등 유럽 완성차회사들을 고객사로 확보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해외시장에서 성과도 내기 시작했다.
이에 앞서 20일 독일 BMW그룹은 2020년부터 2031년까지 CATL로부터 73억 유로(9조5천억 원가량) 규모, 삼성SDI로부터 29억 유로(3조8천억 원가량) 규모의 전기차배터리를 각각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지금까지 BMW그룹은 LG화학과 삼성SDI에 전기차배터리를 대부분 의존했는데 CATL이 주공급자의 자리를 새로 꿰찼다.
수주잔고를 쌓는다는 측면에서 김 사장이 안은 최대 과제는 결국 CATL과 수주경쟁에서 이기는 것이다. 김 사장이 CATL과 수주전에서 우위를 잠할 수만 있다면 LG화학 전지사업본부의 매출 5배 성장은 꿈이 아닐 수도 있다.
김 사장은 10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LG화학은 1~2년 안에 글로벌 1위 배터리회사로 올라설 것”이라며 “2024년 매출 30조 원은 물론이고 매 해 조 단위의 영업이익을 내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글로벌 점유율이 앞선 회사들을 넘기 위한 준비도 착실히 해왔다.
김 사장은 8월 LG화학의 소형 원통형배터리를 앞세워 테슬라의 중국 기가팩토리(전기차를 대규모로 생산하는 테슬라 특유의 공장)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권리를 따냈다. LG화학이 테슬라에 배터리 공급을 독점하던 글로벌 2위 파나소닉의 '안방시장'에 진입한 것이다.
김 사장은 6월 중국 전기차 판매량 1위 회사인 지리자동차와 전기차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하며 글로벌 전기차배터리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도 마련했다.
이는 CATL과 BYD 등 중국 내수시장 의존도가 높은 중국 전기차배터리 생산회사들과 현지에서 맞대결을 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다.
당시 김 사장은 “지리자동차를 파트너로 확보해 중국시장 공략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됐다”며 중국시장 공략의 포부를 보였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