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주완 LG전자 부사장이 2018년 5월 미국 뉴욕에서 LG G7씽큐 공개행사를 하고 있다. |
조주완 LG전자 부사장이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의지가 담긴 조직을 맡게 됐다.
29일 29일 LG전자에 따르면 2020년 연말인사에서 신설된 최고전략책임자(CSO)부문은 신사업 발굴부터 디지털 전환(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까지 LG전자의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컨트롤타워다.
조 부사장은 구 회장이 취임 뒤부터 강조한 핵심과제가 부여된 신설조직을 이끌게 돼 어깨가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CSO 부문은 신사업 추진과 전략 기능을 통합한 조직이다.
LG전자는 2009년 맥킨지 출신의 브래들리 갬빌 부사장을 CSO로 영입하는 등 CSO 직책을 운영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후 10년 가까지 CSO를 두지 않다가 이번에 되살렸다.
LG전자가 CSO부문을 '부활'한 것은 구 회장이 강조해 온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기 위한 것으로 파악된다. LG그룹은 28일 2020년도 정기인사를 발표하면서 계열사 별로 디지털 전환 가속화를 위한 전담조직을 구성하겠다고도 밝혔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취임 이후 고객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디지털 전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인공지능,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회사의 자원과 운영방식, 사업모델 등을 혁신적으로 바꿔나가겠다는 것이다.
그는 9월 열린 사장단 워크숍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더 나은 고객 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수단이자 우리의 경쟁력을 한 차원 끌어올리기 위해 꼭 필요한 변화 중 하나”라고 역설했다.
어찌보면 LG전자의 CSO부문이 구 회장의 디지털 전환전략의 선봉에 서게 된 셈이어서 조 부사장이 느끼는 부담은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LG그룹은 조 부사장이 시장의 규모가 크고 변화의 속도가 빠른 미국 법인장으로 5년 넘게 재직하면서 고객 중심의 사고에 익숙해 있다는 점에서 구 회장이 강조한 고객가치 창출의 적임자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16년 LG전자의 해외법인장 인터뷰에서 “고객 관점에서 생각해서 제품이 주는 가치가 특별하다면 그 자체로 혁신”이라고 말했다. 고객 가치 창출을 위한 변화를 요구하는 구 회장의 시각과 결을 같이 하고 있다.
새로 부여된 디지털 전환뿐 아니라 CSO의 기존 기능인 신사업 발굴 등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하는 일 역시 중요한 과제다. 이전부터 CSO를 운영해 오고 있는 삼성전자의 사례에서 역할의 중요성이 드러난다.
삼성전자는 2012년 인텔과 퀀텀 등에서 일한
손영권 사장을 영입해 CSO 역할을 맡겼다. 손 사장은 2016년 국내 인수합병 사상 최대 규모였던 하만 인수를 주도했다. 하만은 삼성전자 이후 매출이 지속성장하면서 삼성전자의 전장사업에 힘을 더하고 있다.
조 부사장은 과거 LG전자의 CSO를 역임했던 갬빌 전 부사장이나 박민석 전 부사장처럼 외부 출신은 아니다. 그러나 조 부사장도 손 사장처럼 해외경험이 풍부한 만큼 폭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LG전자의 글로벌 인수합병 등 신규 성장동력 확보를 주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조 부사장은 1962년 태어나 동성고와 부산대 기계공학과를 나와 연세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2년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에 입사해 뒤셀도르프지사, 뉴저지법인, 캐나다법인, 호주법인 등을 거쳐 미국법인장 및 북미지역 대표를 맡았다.
LG전자 미국 법인(LGEUS) 매출은 그가 법인장을 맡은 뒤 지속적으로 성장해 왔다. 2014년 6조1561억 원에서 2018년 9조6297억 원으로 4년 사이 매출이 56.4% 늘었다. 2019년에도 3분기까지 매출 8조5476억 원을 내 2018년 같은 기간보다 33.8% 증가했다.
조 부사장은 활달하고 소통을 중시하는 성품으로 폭넓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2018년 미국진출 기업 모임인 미한국상공회의소(코참) 회장에 선임돼 2019년 한차례 연임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