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한앤컴퍼니는 롯데카드 인수가 좌절된 뒤에도 금융업 투자에 관심을 보이며 인수합병(M&A)시장에 나오는 금융회사 매물들을 틈틈이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사장은 올해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인수전에 모두 참여해 인수합병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금융회사 인수에 나선 것은 처음이었던 데다 금융업종을 가리지 않고 금융회사에 투자해 한앤컴퍼니의 투자영역을 넓히려는 의지를 강하게 내보인 것이 때문이다.
한앤컴퍼니는 시멘트, 해운, 자동차 부품 등 '굴뚝 산업'에만 투자해왔던 터라 금융업, 정보통신업 등 투자에 경쟁력이 약할 수 있다는 시선을 받아왔다.
금융회사 인수를 통해 이런 인식을 깨고 금융업 투자 및 경영역량을 쌓으려는 것인데 그런 만큼 ‘우량매물’로 꼽히는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하는 데도 욕심을 낼 수 있다.
푸르덴셜생명의 상반기 기준 지급여력(RBC)비율은 505.13%로 보험업계 독보적 1위에 올라 있다. 금융당국의 권고치는 150%, 생명보험회사의 평균치는 296.1%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지급여력비율은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값이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보험회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능력이 좋다는 것을 뜻한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도 자본확충 부담이 적은 만큼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한 뒤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들여야 하는 비용도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새 국제회계기준은 보험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제도로 2022년 도입된다. 현재 ‘매출’로 처리하고 있는 저축성보험 등이 ‘부채’로 잡히게 돼 생명보험사들의 지급여력비율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푸르덴셜생명은 한앤컴퍼니가 앞서 인수에 실패한 롯데카드와 비교해 높은 실적을 내고 있는 만큼 투자 수익을 올리기에도 좋다.
푸르덴셜생명의 상반기 순이익은 1050억 원으로 롯데카드의 상반기 순이익 478억 원을 2배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푸르덴셜생명은 상반기 순이익 기준으로 생명보험업계 5위에 올라 있다. 같은 기간 푸르덴셜생명의 자산이 20조1938억 원으로 업계 11위라는 점을 감안하면 자산규모와 비교해 수익을 잘 내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푸르덴셜생명 매각가격은 2조 원대로 추정된다. 다소 비싼 가격이지만 한앤컴퍼니는 최근 3조8천억 원 규모의 국내 투자전용 펀드를 조성한 만큼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하기 위한 자금여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 사장은 ‘볼트온 전략’으로 푸르덴셜생명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 충분히 검토한 뒤 인수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볼트온(Bolt-on) 전략은 인수한 기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다른 연관 기업을 집중적으로 인수해 시너지를 내는 전략이다.
한앤컴퍼니는 다른 업종의 금융회사들을 인수해 푸르덴셜생명과 시너지를 내는 방식으로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보험업황이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한앤컴퍼니가 푸르덴셜생명 인수에 섣불리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1년 전과 비교한 생명보험 수입보험료 변동률은 2019년 -2.5%, 2020년 -2.2%로 생명보험산업이 저성장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한앤컴퍼니와 중고차금융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카드회사, 손해보험회사와 달리 생명보험회사가 시너지를 내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도 한앤컴퍼니가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에 나서지 않을 이유로 꼽힌다.
한앤컴퍼니는 케이카가 설립한 케이카캐피탈을 통해 중고차금융사업에 진출했다. 케이카는 중고차 매매회사로 한앤컴퍼니가 2018년 4월 SK엔카의 직영사업부를 인수한 뒤 이름을 바꾼 곳이다.
미국 푸르덴셜파이낸셜은 최근 푸르덴셜생명 매각주관사로 골드만삭스를 선정하고 매각을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푸르덴셜파이낸셜은 푸르덴셜인터내셔널인슈어런스홀딩스를 통해 푸르덴셜생명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매각이 완료되면 미국 푸르덴셜파이낸셜은 1991년 국내 영업을 시작한 지 29년 만에 국내 사업을 접게 되는 것이다.
투자금융업계 관계자는 “푸르덴셜생명이 우량매물로 꼽히는 만큼 금융지주 외에도 대형 사모투자펀드(PEF)들이 눈독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앤컴퍼니도 금융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는 만큼 이번 인수전 참여를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