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금융당국의 역할을 키우고 금융회사를 상대로 한 규제도 강화하는 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 문턱을 넘으며 이르면 올해 안에 통과될 가능성이 유력해졌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파생결합상품 손실사태를 계기로 규제 강화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금융소비자법까지 통과되면 규제 수위가 한층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국회 정무위에 따르면 금융소비자 보호와 관련해 발의된 5개 법안이 21일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의결되며 전체회의와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정무위 여야 의원이 모두 법안 통과를 결정한 만큼 남은 절차도 큰 이견을 보이지 않고 진행돼 이르면 올해 안에 법제화가 확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소비자 보호법안은 금융회사가 투자상품을 판매한 뒤 손해배상 책임을 의무화하고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관리감독 및 소비자 보호를 위한 조치를 강화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주기적으로 금융회사의 실태를 조사하는 한편 투자상품 설계와 판매 등 영업행위도 명확한 법적 근거를 두고 규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금융소비자법이 통과되면 금융위원회가 법률 시행령을 마련하고 금융회사를 상대로 한 관리감독과 제재방안을 세부적으로 마련하게 된다.
금융당국의 권한이 더욱 확대되면서 은행 등 금융회사에 미치는 영향력도 지금보다 훨씬 더 강력해질 공산이 크다.
금융소비자법 제정은 금융위가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 시절부터 추진해온 '숙원'으로 꼽힌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취임 직후부터 금융소비자법 국회 통과에 힘쓰겠다는 뜻을 보였다.
파생상품 손실사태와 같은 소비자 피해가 재발하는 일을 막으려면 금융회사를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명확하게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은 위원장은 최근 파생상품 사태와 관련한 금융당국의 사후 대책을 발표하면서 금융소비자법의 국회 통과가 금융회사의 투자상품 불완전판매 방지와 제재 강화에 필요하다는 시각을 보였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도 10월 열린 국정감사에 출석해 고위험상품 판매를 규제하고 금감원이 적극적으로 소비자 보호에 개입하려면 금융소비자법이 통과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현재 금융소비자법 통과와 별개로 금융회사가 판매할 수 있는 상품을 제한하고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을 때 경영진을 처벌할 수 있는 새 규정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소비자보호법과 금융당국의 새 규정이 모두 도입되면 파생상품 손실사태와 같은 대규모 소비자 피해가 재발할 가능성은 크게 낮아질 수 있다.
파생상품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은행의 무리한 영업활동과 투자성향이 공격적이지 않은 일반투자자의 고위험 투자상품 가입 등이 원천적으로 차단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소비자 보호활동을 강화하기 위한 위원회를 운영하고 꾸준히 실태를 조사해 결과를 발표해야 하는 만큼 관리감독 체계도 더욱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금융당국의 지나친 개입이 금융회사의 투자상품 판매 축소와 실적 타격으로 이어지거나 정부가 경영활동에 간섭하는 '관치금융'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융소비자법은 그동안 이런 논란을 꾸준히 겪으며 2011년 처음 발의된 뒤 약 8년동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파생상품 손실사태 이후 금융소비자 보호와 관련한 사회적 공감대가 커진 만큼 금융회사를 상대로 한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압박이 커지는 일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내 은행의 한 관계자는 "금융소비자법이 통과되면 금융당국의 규제가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문제가 되는 부분을 다 규제하겠다는 분위기라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