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롯데첨단소재를 흡수하게 되면서 임 대표가 고민이 많다”며 “규모도 문제거니와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내는 것까지 염두에 둔 조직개편안을 내도록 하는 것은 간단치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임 대표는 우선 두 회사가 각각 추진해 온 폴리카보네이트(PC) 사업을 정돈해야 하는데 롯데케미칼과 롯데첨단소재가 각기 다른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조직개편안을 구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롯데첨단소재는 해외에 판매거점을 여럿 보유하고 있으며 롯데케미칼의 폴리카보네이트사업은 생산에 강점이 있다”며 “이 때문에 흡수합병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첨단소재의 건자재(인조대리석)사업은 폴리카보네이트와 비교해 규모가 작을뿐더러 롯데케미칼이 진행하던 화학제품사업과 성격이 다른 소재사업이라 소속시킬 사업부문이 마땅치 않다.
그렇다고 임 대표가 이 사업의 구조조정을 선택할 가능성은 낮다. 신 회장이 롯데케미칼 사업의 한 축으로 건자재사업을 육성할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은 2019년 3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인도네시아에 석유화학단지를 짓기 위한 투자금액을 4조 원에서 5조 원으로 늘렸다고 밝혔다. 다운스트림 화학제품 가운데서도 가장 아래쪽 제품으로 분류되는 3차부틸알콜(TBA) 등의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설비를 추가로 짓기 위해서다.
3차부틸알콜은 롯데첨단소재가 생산하는 인조대리석의 주요 재료다. 신 회장은 이미 롯데첨단소재의 건자재사업에 힘을 싣는 방향으로 롯데케미칼의 사업재편을 구상하고 있는 셈이다.
오히려 임 대표는 건자재사업을 바탕으로 소재사업부문을 신설해 롯데케미칼이 소재사업으로 나아가는 발판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앞으로 롯데케미칼이 흡수할 가능성이 높은 롯데정밀화학도 화학제품사업과 소재사업을 병행하고 있는 만큼 롯데케미칼이 기초석유화학사업과 연계한 소재사업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어찌보면 정해진 수순이라는 것이다.
롯데그룹 화학사업을 놓고 시기의 문제일 뿐 롯데케미칼이 롯데정밀화학까지도 결국에는 흡수합병할 것이라는 기조가 세워져 있다.
게다가 신 회장이 인수 의지를 보이고 있는 회사도 소재사업회사일 가능성이 높다. 롯데케미칼의 기초화학제품을 활용해 소재를 생산하면 수직계열화 효과를 누릴 수 있어서다.
이에 앞서 신 회장이 인수에 나섰다가 고배를 마신 히타치케미칼도 리튬이온배터리의 음극재를 포함한 전자재료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등 소재를 생산하는 회사였다.
결국 임 대표가 내놓아야 할 롯데첨단소재 흡수에 따른 조직개편안은 롯데케미칼이 미래에 롯데정밀화학이나 다른 화학회사를 받아들일 때 시너지를 최대화할 수 있는 형태로 조직의 기틀을 잡는 방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