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폴더블(접는) 스마트폰용 올레드(OLED, 유기발광 다이오드) 생산을 늘리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폴드’를 통해 디스플레이 품질을 입증한 만큼 생산능력을 확대해 앞으로 늘어날 폴더블폰 디스플레이시장에서 주도권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15일 해외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삼성디스플레이가 폴더블폰용 플렉시블(휘는) 디스플레이 물량을 사실상 독차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IT 전문매체 폰아레나는 “2020년부터 삼성전자뿐 아니라 화웨이, 샤오미, 모토로라 등이 폴더블폰을 내놓을 것”이라며 “삼성디스플레이는 플렉시블 올레드 디스플레이 물량에서 독보적 우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는 점차 수익성이 낮아지는 LCD(액정 디스플레이) 생산라인을 축소하고 올레드 비중을 키우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폴더블폰시장 확대를 겨눠 올레드 가운데 특히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생산을 확충하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본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디스플레이의 폴더블폰용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생산량은 2019년 50만 대 수준에서 2020년 700만 대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디스플레이시장 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턴트(DSCC)가 전망한 2020년 세계 폴더블 디스플레이 출하량 900만 대를 기준으로 하면 이 가운데 70% 이상을 삼성디스플레이가 차지하게 되는 셈이다.
삼성전자가 충남 아산에 조성되는 새 공장(A5 라인) 부지에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생산 시설을 구축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아직 생산 제품 또는 공장 착공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후발주자들이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기술력에서 뒤진 만큼 선점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애플과 화웨이 등 여러 기업이 폴더블폰 모델을 공개하거나 조만간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지만 정작 폴더블폰에 사용되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공급할 수 있는 기업은 드물기 때문이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휜 상태에서도 정상적으로 화면을 표시하고 내구성도 갖춰야 하는 만큼 기술적 난도가 높다. 특히 폴더블폰의 특성상 곡률(굽혀지는 정도)이 높아야 하고 반복되는 접힘을 견뎌야 해 더욱 상용화하기 어렵다.
삼성디스플레이를 제외하면 중국 BOE와 ATL이 상용화 수준에 이르렀지만 기술적 완성도는 아직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는 15일 폴더블폰 ‘메이트X’를 중국에 출시했다. 메이트X는 BOE 디스플레이를 사용했는데 출시하기도 전부터 내구성을 두고 논란에 휩싸였다.
화웨이는 메이트X 제품 안내문에 ‘영하 5도 이하 온도에서 스마트폰을 펼치지 말라’는 문구를 포함했다. 디스플레이가 낮은 온도에 노출되면 손상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세계적으로 기온이 영하 5도 밑으로 내려가는 지역이 적잖은 점을 고려하면 메이트X에 뒤이어 BOE 디스플레이를 채용하는 폴더블폰은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얻기 어려울 수 있다.
14일 폴더블폰 ‘레이저’를 공개한 모토로라 역시 디스플레이 문제로 시행착오를 겪었다.
당초 대만 기업 AUO의 디스플레이를 사용해 올해 2월 폴더블폰을 내놓기로 했는데 디스플레이에 결함이 발견되면서 1년 가까이 공개 일자를 미뤄야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