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알자지라 등 외신을 종합하면 정부 실패를 외치며 10월1일 시작된 이라크의 반정부 시위가 날로 격화하며 사상자가 지속해서 늘고 있다.
알자지라는 이라크 의회 인권위원회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10월1일부터 11월10일까지 반정부 시위로 시민과 보안요원 등 319명이 목숨을 잃고 1만5천여 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9~10일에만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와 남부 바스라주 등에서 반정부 시위 진압과정에서 최소 13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대는 정부의 무능을 지적하며 민생고 해결, 부패 척결 등과 함께 정권교체를 주장하고 있는데 이라크는 시아파, 수니파 등 종교 문제에 이란, 미국 등 국제 정세도 복잡하게 얽혀 있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쉽사리 찾지 못하고 있다.
이라크에 진출한 국내 대표 건설사로는 카르발라 정규공장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현대건설과 GS건설, 비스마야 신도시를 만드는 한화건설, 알 포 신항만 프로젝트를 다수 수주한 대우건설 등이 꼽힌다.
국내 건설사의 이라크 현장은 격화하는 시위에도 현재까지는 차질 없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외교부, 건설사 등과 함께 현지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안전을 살피고 있다”며 “시위대는 민생고 해결을 요구하고 있는데 국내 건설사 프로젝트는 이라크의 일자리와 인프라 확대로 이어지는 만큼 앞으로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시위가 장기화하며 정권교체로 이어진다면 대금 지급이나 추가 발주가 늦어질 수 있는데 주요 건설사 가운데 대우건설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다른 건설사들이 진행하는 카르발라, 비스마야 프로젝트와 달리 알 포 신항만 프로젝트는 지난해 10월 출범한 신정부가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사업으로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발주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라크 정부는 터키 및 인국 국가철도사업과 연계해 알 포 지역을 세계 12대 항만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에 따라 알 포 신항만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데 올해 초 파도를 막는 방파제 1단계 공사가 끝나자 내륙을 개발하는 추가 발주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우건설은 올해 들어 알 포 신항만 프로젝트와 관련해 3월 방파제 추가 공사, 4월 컨테이너터미널 1단계 공사, 8월 진입도로 공사, 10월 해저터널 제작장 조성공사 등 4건의 수주를 따냈다. 이 수주 4건의 계약금액은 4억6천만 달러(약 5500억 원)에 이른다.
하지만 알 포 신항만 프로젝트는 여전히 사업 초기단계로 이라크 정부는 앞으로 해군기지, 정유공장, 주택단지 구축 등의 대규모 후속공사 발주를 계획하고 있다.
김형 사장은 최근 원청사업자에 처음 진입해 경쟁력을 크게 높인 LNG액화플랜트사업과 함께 이라크 알 포 신항만 프로젝트를 앞세워 해외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이라크를 대우건설의 해외수주 텃밭인 제2의 나이지리아로 만들겠다는 방침도 세워놓고 있다.
김 사장은 10월 중순 직접 이라크로 날아가 1천억 원 규모의 해저터널 제작장 조성공사의 수주계약을 맺기도 했다. 대형건설사 대표이사가 직접 계약서에 서명하기에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사업으로 시장에서는 알 포 신항만 프로젝트 추가 수주에 힘을 싣기 위한 움직임으로 바라봤다.
▲ 김형 대우건설 대표이사 사장(오른쪽 두번째)이 10월19일 이라크항만청에서 ‘코르 알 주바이르 침매터널 제작장 조성공사’ 계약을 맺은 뒤 사파 알 파야드 이라크항만청 사장(왼쪽 두번째) 등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대우건설>
이라크 시위가 정권교체로 이어지고 그만큼 추가 발주가 늦어진다면 김 사장의 해외수주 확대전략도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김 사장은 대우건설이 2018년 초 해외사업 부실로 매각작업이 무산된 경험이 있는 만큼 해외사업에 더욱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알 포 신항만은 이라크에서 유일하게 바다를 통해 석유를 수출할 수 있는 항만으로 이라크 정부는 석유 수출을 위해 장기적 목표를 지니고 알 포 신항만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며 “정권이 바뀐다고 해도 알 포 신항만 프로젝트 계획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