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관계자는 “사장단 인사는 1~2년차의 경우 특별한 사건사고가 없는 점을 주의깊게 보고 3년차는 3년 동안의 실적을 살펴본 뒤 인사가 결정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의 ‘60세 퇴진론’ 역시 원 사장 연임에 불리하게 작용할 만한 요인이다.
삼성그룹의 최근 사장단 인사기조를 보면 60대는 물러나고 50대가 주로 선임되는 세대교체 기조가 뚜렷하다.
삼성그룹 60세 퇴진론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60세가 넘으면 젊은 사람에게 사장 자리를 내줘야하며 70세, 80세가 되어서도 실무를 쥐고 있다가는 조직에 큰일이 난다고 말한 뒤부터 암묵적으로 굳어져온 인사원칙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2017년 연말 사장단 인사에서 60대에 들어선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이 교체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원 사장의 생년월일은 1960년 2월으로 기재됐다. 하지만 2013년 말 삼성그룹이 제공한 프로필에서 원 사장의 출생년도는 1959년으로 적혀있다.
원 사장의 출생년도를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1960년생이라고 가정해도 내년 2월이면 만 60세가 되기 때문에 ‘60세 퇴진론’의 대상이 된다.
원 사장은 현재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것이 연임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원 사장은 2013년 당시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인사팀장으로서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에 노조가 설립되자 일명 '그린화작업'으로 불리는 노조와해 전략을 그룹 차원에서 수립하고 실행한 혐의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5일 삼성그룹과 원 대표를 포함한 계열사 전·현직 임직원들에 실형을 구형했다. 원 사장에게는 3년이 구형됐으며 재판 결과는 12월17일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원 사장은 5일 검찰의 구형 뒤 "35년 전 삼성전자에 입사해 법을 위반하거나 무시하는 일을 하려는 생각조차 해 보지 않았다"며 "이번 사고는 각자가 자기 일을 열심히 하려고 노력한 과정에서 벌어진 것 같고 누가 누구를 탓할 상황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삼성그룹으로서는 원 사장이 삼성을 위해 일하다가 재판을 받고 있는 만큼 퇴임을 결정하게 되면 범죄 혐의를 인정하는 꼴이 될 수도 있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속적으로 카드업황이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삼성카드가 비교적 선방한 실적을 내고 있는 점도 원 사장의 연임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삼성카드는 올해 상반기(1~6월) 순이익 192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1.2% 감소했지만 다른 카드회사 실적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감소폭이 적은 편이다.
신한카드는 올해 상반기 순이익 2713억 원을 내 지난해 상반기보다 3.8% 줄었고 국민카드는 순이익 1461억 원을 내 12% 줄었다.
DB금융투자에 따르면 올해 삼성카드는 순이익 3410억 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는데 2017년 순이익 3867억 원, 2018년 3452억 원을 냈던 데서 소폭 뒷걸음질하는 수준이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어려운 경영상황에서도 수익구조를 개선했고 디지털 및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비용을 줄이면서 이익 감소세를 줄여왔다”고 설명했다.
'위기에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기조 때문인지 최근 카드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사장 교체폭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김창권 롯데카드 사장도 올해 연임에 성공해 2021년 3월까지 임기를 지속한다.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은 2018년부터 대표를 맡아 임기가 만료되지만 기본 2년에 1년 단위로 연장하기 때문에 연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신한카드 임영진 사장도 곧 임기가 만료되지만 실적성과에 힘입어 사장직을 계속 맡을 것으로 보인다.
원 사장은 삼성전자 출신으로 IT업무의 이해도가 높고 전문인력을 영입하는 데 강점을 갖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러한 이력을 바탕으로 카드업황이 불황임에도 불구하고 빅데이터·핀테크 등의 산업을 통해 혁신경영을 이끌어왔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원 사장 인사와 관련해서 일정이나 예측 모두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