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은행들이 해외시장에 대거 진출하고 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은행은 해외에 있는 교민과 한국기업을 대상으로 한 영업에 치중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은행이 해외에서 성과를 내려면 해외 유가증권 투자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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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한조 외환은행장. |
20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해외은행의 신흥국 진출전략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요 은행들이 지난해 해외에서 올린 영업수익은 전체 영업수익에서 최대 7%를 차지하고 있다.
외환은행의 경우 해외 영업수익이 전체 영업수익의 7%를 차지해 주요 은행 가운데 1위를 달리고 있다. 신한은행(5.8%), 우리은행(3.7%), 하나은행(1.8%), KB국민은행(1.1%)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우리나라 은행들은 저금리 기조가 비슷하게 이어지고 있는 일본과 호주은행에 비해서도 해외실적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행들은 지난해 전체 영업수익 가운데 해외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평균적으로 약 30%다. 미쓰비시도쿄UFJ은행과 미즈노은행은 해외 영업수익 비중이 각각 전체의 45%와 35.1%에 이른다.
호주은행들도 영국, 미국, 아시아지역에서 지난해 연간 영업수익의 약 16%를 거둬들였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일본과 호주은행들이 해외 유가증권에 투자하는 등 현지 자본시장 진출에 집중했다고 진단했다.
일본은행들은 지난해 해외주식과 채권 등 외화자산에 약 46조 엔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행은 해외 영업이익에서 유가증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25%에 이른다.
그러나 우리나라 은행은 현지 교포와 한국기업을 대상으로 한 예금과 대출에 치중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은행들이 해외에서도 제한된 시장을 놓고 수익성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은행은 지난해 해외 총자산이 873억3천만 달러로 늘었다. 해외 총자산이 2010년보다 54.7% 증가했다.
우리나라 은행의 해외 예금자산은 지난해 기준으로 2010년보다 85억3천만 달러 늘었다. 대출자산은 같은 기간 126억3천만 달러 늘었다.
반면 우리나라 은행의 해외 유가증권자산은 지난해 50억8천만 달러로 줄었다. 이는 2010년 54억5천만 달러보다 오히려 6.8% 감소한 것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은행들이 해외에서 올린 영업이익 가운데 유가증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1%대에 불과하다.
주윤신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우리나라 은행은 해외에 진출할 때 인력개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외부 전문가를 유치해 해외 유가증권 운용과 발행업무를 수행할 인재를 최대한 빨리 확보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주 연구원은 “현지 정부기관이나 대형 금융회사와 연계해 투자대상을 찾아내는 작업에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