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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주주총회 난관을 돌파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한 큰 산을 넘었다.
삼성물산 주주총회 결과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안갯속이었다. 이 부회장은 상처를 입기는 했지만 이 안갯속을 헤쳐나왔다.
하지만 엘리엇매니지먼트와 분쟁은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경영권을 승계받는 과정에서 가시밭길을 걸을 수 있음도 보여줬다.
이 부회장의 아버지 이건희 회장도 삼성그룹 경영권을 승계받는 데 만만찮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 회장은 선친인 이병철 창업주 생전에 충분히 경영권 수업을 받아 삼성그룹 회장에 오르는 데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이 회장은 삼성그룹 회장에 오른 뒤 이병철 창업주로부터 물려받은 삼성그룹 지분을 놓고 적잖은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재단을 통해 우회 승계, 차명을 통한 편법 승계 등의 논란에 시달린 게 대표적이다.
이재용 부회장도 앞으로 아버지 이건희 회장의 지분과 재산을 물려받아야 삼성그룹 승계를 마무리하게 된다.
삼성그룹 관계자들은 이 부회장이 이 회장으로부터 삼성전자 등의 지분을 정정당당하게 물려받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건희 회장이 겪었던 일을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건희 회장은 삼형제 중 막내아들이었다. 이병철 창업주는 엄격한 유교적 가풍을 지키는 경영인이었는데 막내아들인 이 회장에게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물려준 것은 이례적인 결정이었다.
이 회장은 처음에 동양방송 이사로 삼성그룹 경영에 나섰다. 이병철 창업주는 이 회장에게 매스컴사업을 맡기려고 했다.
그러나 이병철 창업주는 다른 두 아들의 경영능력에 의심을 품고 이 회장을 후계자로 낙점했다.
이병철 창업주는 자서전인 호암자전에서 “장남 맹희에게 그룹 경영을 일부 맡겨 봤지만 6개 월도 못 가 맡겼던 기업은 물론이고 그룹 전체가 혼란에 빠졌다”며 “차남 창희는 대그룹보다 알맞은 회사를 건전하게 경영하고 싶다고 해 그렇게 해 줬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1978년 삼성물산 부회장을 맡았고 1979년 삼성그룹 부회장이 됐다. 이 회장은 1980년 이병철 창업주가 위암수술을 받고난 뒤 사실상 후계자로서 경영전면에서 활동했다.
이 회장은 7년 가량 경영능력을 검증받았다. 이 과정에서 경영승계를 위한 정지작업도 어느 정도 마쳤다. 이 때문에 이 회장은 1987년 이병철 창업주가 사망한 뒤 12일 만에 그룹 회장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을 물려받는 과정에 몇 가지 꼬리표가 붙었다.
이 회장은 이병철 창업주 사후 계열회사 주식 165억 원, 부동산 52억 원 등 모두 237억 원 규모의 재산을 상속받았다. 이 회장은 세금으로 증여세 5억 원, 상속세 176억 원 등 모두 181억 원을 냈다.
이 회장은 처음에 상속세로 150억 원을 납부했으나 국세청은 세무조사를 통해 26억 원을 더 추징했다.
이 회장이 삼성그룹을 승계하는 데 두고두고 논란이 된 것은 공익재단을 통한 편법상속이었다.
이병철 창업주가 지분을 기부형태로 공익재단에 넘기고 이 회장이 이를 되사는 방식으로 이 회장은 삼성그룹을 승계했다. 당시 세법상 공익사업에 기부한 재산은 상속세와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도록 돼 있었다.
이병철 창업주는 1965년 10억 원 가량을 출연해 삼성문화재단을 설립했다. 이 창업주는 1971년 삼성문화재단에 추가로 50억 원을 출연했고 10억 원으로 삼성공제회를 설립했다. 바로 이 삼성문화재단과 삼성공제회가 이건희 회장의 승계 지렛대 역할을 했다.
삼성문화재단은 1976년 제일모직 지분 21.9%, 제일제당 지분 29.1%를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1980년 제일모직 지분은 9.96%로, 제일제당 지분은 6.94%로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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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생전 모습. |
이 기간에 삼성공제회가 보유한 제일모직 지분은 5.1%에서 1.35%로, 제일제당 지분은 11.1%에서 2.64%로 감소했다. 이건희 회장은 이 줄어든 지분을 확보해 경영권 승계의 디딤돌을 놓았다.
이 회장은 이병철 창업주의 차명자산도 넘겨받았다. 2008년 이른바 삼성특검에서 밝혀낸 이 회장의 차명자산은 삼성그룹 전현직 임원 486명 명의로 모두 4조5373억 원 규모였다.
여기에 이 회장이 1998년 매입한 삼성생명 주식 644만2800주도 이병철 전 회장의 차명자산을 상속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합하면 이 회장이 상속받은 차명자산은 모두 8조5천억 원에 이른다.
이 때문에 이 회장은 조세포탈 혐의가 인정된 부분에 대해서 2008년 양도소득세 및 가산세 1조8630억 원을 납부했다.
이 회장의 차명자산 상속은 형제간 분쟁의 씨앗이 됐다.
이 회장의 형이자 이병철 전 회장의 장남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은 2012년 유산소송을 제기했다. 이맹희 전 회장은 이 회장의 차명자산 상속이 경영승계를 위한 것이 아니라 유산독점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회장은 차명자산 상속은 경영권 승계를 위해 정당한 것이었으며 형제들도 알고 있었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분쟁은 이 회장이 승소하고 이맹희 전 회장이 상고를 포기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 회장은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의 정통성을 확인받는 데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