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증권이 증시 부진으로 3분기에 주춤하면서 실적 개선을 놓고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KB증권은 올해 초부터 박 사장과 김 사장이 각자대표체제로 이끌고 있는데 두 사람이 각각 자신의 전문영역에서 성과를 내면서 시너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B증권은 올해 상반기에만 벌써 지난해와 맞먹는 순이익을 내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다 3분기 들어 주춤했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KB증권의 누적 순이익이 KB금융그룹에서 KB국민은행의 뒤를 이어 두 번째로 많았는데 3분기 실적이 나오면서 다시 KB국민카드, KB손해보험에 뒤처졌다.
KB증권은 3분기에 순이익 614억 원을 거뒀다. 2분기보다 34% 감소하며 성장세가 꺾였다. 국내 주식시장 침체로 거래대금이 감소하면서 주식위탁매매(브로커리지) 실적이 감소한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KB증권의 3분기 기준 연간환산 기준 자기자본 이익률(ROE)도 6.59%로 상반기 7.53%보다 1%포인트 가까이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KB증권을 향한 KB금융지주의 기대감은 여전하다. KB증권의 수익성이 아직 규모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만큼 ‘정상화’ 가능성이 높고 영업환경 역시 다른 비은행 계열사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김기환 KB금융지주 최고재무전문가(CFO) 부사장은 최근 KB금융지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KB손해보험과 KB국민카드는 영업환경이 좋지 않아 의미 있는 실적 개선이 어려울 수 있다”며 “증권 쪽에 중점을 두려고 한다”고 말했다.
KB금융그룹에서 KB손해보험과 KB증권, KB국민카드는 비은행 주력 계열사로 비은행부문 강화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세 회사를 놓고 ‘똑똑한 아우 3형제’라고 부르는 데서도 알 수 있다. 특히 KB증권은 전체 12개 계열사 가운데 KB국민은행 다음으로 덩치가 크다.
여기에 KB손해보험과 KB국민카드를 둘러싼 영업환경이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KB증권이 나홀로 KB금융지주의 성장을 이끌어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를 안게 됐다.
KB증권은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이 합병해 출범한 뒤 줄곧 규모와 비교해 수익성이 떨어져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는데 앞으로 제대로 ‘덩치값’을 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실제 KB증권의 자기자본은 4조 원을 훌쩍 웃돌지만 순이익 규모는 자기자본 규모가 비슷한 증권사들보다 떨어지는 편이다.
카드사나 보험사보다 양호하긴 하지만 증권사를 둘러싼 영업환경이 우호적인 것만도 아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등 국내증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아직 제대로 해소되지 않았고 증권사들이 새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IB(투자금융) 역시 주식시장 침체로 기업공개(IPO)건수와 부동산 관련 거래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KB증권은 전반적으로 꾸준한 상승세는 유지하고 있다. KB증권의 1~3분기 누적 순이익 규모는 2418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증가했다. 같은 기간 KB국민은행과 KB손해보험의 순이익이 뒷걸음질했다는 점을 볼 때 선방한 셈이다.
박 사장과 김 사장은 지난해 12월 KB증권 대표이사로 내정돼 올해 1월 취임했다.
박정림 사장이 자산관리, 세일즈앤드트레이딩(S&T), 경영관리부문을 맡고 김성현 사장이 투자금융, 홀세일, 글로벌사업부문과 리서치센터를 총괄하는 각자대표체제다.
각자가 맡고 있는 분야가 다르고 강점을 지니고 있는 분야 역시 뚜렷한 만큼 서로 경쟁하기보다는 함께 좋은 호흡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받았다.
박 사장은 자산관리 전문가로 KB국민은행에서 WM본부장, 리스크관리본부 부행장을 거쳐 KB금융지주에서 WM총괄 부사장, KB증권 WM부문 부사장을 지냈다.
김 사장은 대신증권에 몸담던 시절부터 기업금융팀을 이끄는 등 투자금융 전문가로 이름을 알려왔다. 30년 이상을 투자금융부문에 몸 담았다. 10여 년 전까지 전국에 지점 한 곳 없던 KB투자증권을 독보적 ‘채권 명가’로 키운 인물이기도 하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