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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홍철 한국투자공사 사장이 지난해 7월 최경환 경제부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뉴시스> |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가 몸집을 크게 키울 것으로 보인다.
중소 연기금 등 다양한 기관의 자금을 한국투자공사가 운용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안홍철 한국투자공사 사장은 투자실패 논란 등 여러 구설수에 오르며 퇴진압박은 물론, 공사 폐지설까지 제기돼 곤욕을 치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16일 한국투자공사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한국투자공사가 앞으로 다양한 기관의 자금을 맡아 운용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6월 해외투자 활성화 방안을 확정하면서 중소 연기금의 해외투자를 촉진하기로 했다.
한국투자공사는 국가가 보유한 외환 등을 운용해 수익을 내는 국부펀드다. 현행법에서 한국투자공사에 자금을 맡겨 운용할 수 있는 곳은 정부나 한국은행, 기금관리주체로 한정돼 있다.
그러나 법이 개정되면 다른 기관들도 한국투자공사에 자금을 맡겨 운용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중소 연기금뿐 아니라 각종 공제회도 한국투자공사에 투자를 위탁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기재부는 오는 8월4일까지 의견을 수렴한 뒤 입법절차를 진행하려고 한다. 야당이 정부의 법 개정 추진에 동의할지 아직 확실치 않다. 일부 의원들은 한국투자공사의 설립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반대의견을 나타내고 있다.
김현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공제회 자금이나 연기금은 자금 성격이 전혀 달라 별도 운영해야 한다”며 “지금처럼 외환보유액 중 일부를 운영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투자공사는 최근까지 여러 논란에 휩싸여 공사 폐지설까지 나오는 곤욕을 치렀다. 한국투자공사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반대하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에 5천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이번 공세를 국부의 해외유출과 국내 기업에 대한 경영권 침해라고 주장하는 쪽에서 한국투자공사를 비난하는 의견이 제기됐다. 국부펀드가 이른바 ‘먹튀’ 세력을 방치하고 있다는 주장인 것이다.
안홍철 사장은 논란이 커지자 지난 9일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 합병추진 과정에서 단순 시세차익을 노리고 악의적 행동을 한다면 투자금을 회수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국투자공사는 이전에도 설립취지 등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폐지설이 돌았다. 이는 특히 안 사장이 막말 발언과 호화 출장비 등으로 여러 차례 구설수에 올랐던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안 사장은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 선거캠프에 있던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를 ‘종북 하수인’ 또는 ‘빨갱이’ 등으로 표현하는 등 막막 파문을 일으켰다. 안 사장은 한국투자공사 사장 취임 뒤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 일부 의원들로부터 거듭 사퇴요구를 받아왔다.
지난 2월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정희수 새누리당 의원은 안 사장이 업무보고에 나오지 않자 “KIC 위탁자금 회수와 폐지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할 생각”이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안 사장은 이밖에도 과다연봉과 억대 호화 출장비 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안 사장과 한국투자공사는 지난 6일부터 공사운영과 관련해 감사원 감사를 받고 있다.
안 사장은 1950년 부산 출신으로 경남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79년 23회 행정고시에 합격하며 국세청 감사관실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안 사장은 그 뒤 옛 재무부와 재정경제부 등을 거쳐 2001년 공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여러 공기업 수장으로 발탁돼 ‘낙하산 인사’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녔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보다 나이가 5살 많고 대학도 선배지만 행시는 한 기수 아래로 대표적 ‘친박’ 인사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