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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기택 KDB산업은행장. |
대우조선해양이 해양플랜트에서 대규모 손실을 감추고 있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연임의지가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유력하게 나온다. 고 전 사장이 연임에 유리한 고지에 서기 위해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손실 충당금을 제때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도 관리감독 부실에 대한 책임론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을 뿐 아니라 대우조선해양 최고재무책임자(CFO) 역시 산업은행 부행장 출신이 맡고 있다.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의 재무부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면 제때 조치를 취하지 않은 데 대해 책임을 져야 하고, 부실을 뒤늦게 파악했다면 관리감독을 제대로 못했다는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산업은행은 15일 대우조선해양과 관련해 긴급보도자료를 내 "대우조선해양은 반기 결산중이라 정확한 적자규모는 파악되지 않고 있으나 위기설이 불거진 만큼 즉각 실사에 착수할 예정"이라며 "채권단과 상의해 발생가능한 경영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물론 근본적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책임론 차단에 나섰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매출 16조7862억 원, 영업이익 4711억 원을 냈다. 영업이익률이 2.8%로 나쁘지 않은 경영실적이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매출 12조8791억 원, 영업이익 1830억 원으로 영업이익률 1.4%에 그쳤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매출 52조 원, 영업적자 3조 원 이상을 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조선업 불황 속에서도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번에 재무부실이 드러나면서 지난해 좋은 성적표의 의미는 퇴색했다.
경쟁 조선사들은 해양플랜트에서 고전해 손해를 보고 있는데 대우조선해양만 좋은 경영실적을 이어가면서 조선업계에서 올해 초부터 의심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물론 고재호 전 사장이 산업은행의 재신임을 받기 위해 손실충당금을 회계에 반영하는 것을 미뤘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대우조선해양의 좋은 실적이 고 사장 연임에 힘을 실어줬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런 의혹은 무리가 아니다.
고 전 사장은 2012년 취임 이후 대우조선해양의 실적개선을 위해 노력했다. 고 전 사장은 세계를 다니며 선주들의 신임을 얻고 영업활동을 하는데 주력했고 노조와 신뢰관계를 다지는데 앞장섰다.
고 전 사장의 이런 노력들에 좋은 경영성적표가 더해져 지난해까지만 해도 연임가도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고 전 사장이 연임에 유리하도록 재무부실을 감추려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고 전 사장을 비롯해 대우조선해양 전임 경영진들의 책임을 놓고 논란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산업은행도 재무부실의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할지라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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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 |
올해 초 벌어진 고 전 사장 교체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던 점도 대우조선해양의 재무부실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이 고 전 사장을 교체하기로 결정하고 정성립 사장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이런 과정을 돌아볼 때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실적의 이상기류를 사전에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대우조선해양의 CFO는 산업은행 쪽 인사가 맡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 3월 사장 교체에 앞서 임기가 만료된 대우조선해양 CFO인 김갑중 전 부사장을 김열중 부사장으로 교체했다. 두 사람 모두 산업은행 부행장 출신이다.
고재호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영업통이다. 대우조선해양에서 30년 이상 영업전문가로 활동해 재무는 그리 밝지 않다. 이 때문에 CFO인 김갑중 전 부사장의 역할이 작지 않았다. 회계처리에 따른 재무부실이 있었다면 김 전 부사장이 몰랐을 리가 없다.
여기에 산업은행 기업금융4부 권영민 부장도 기타비상무이사로 대우조선해양에 재직하고 있었다. 지난해 산업은행 기업금융4부 부장 자리를 넘겨받은 이영제 부장도 대우조선해양 기타비상무이사 자리를 겸직했다.
이번 대우조선해양의 재무부실 사태는 전임 경영진들이 고 전 사장의 연임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빚어졌다고 해도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경영에 여러 채널을 통해 관여해 왔던 점을 감안하면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과 산업은행 안팎에서 재무부실을 일찍히 파악하고도 책임론을 모면하기 위해 고재호 전 사장의 교체에 시간을 끌고 정성립 사장에게 재무부실의 뒷처리를 맡겼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