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 합병을 놓고 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경영간섭에 휘둘리자 현대차그룹도 헤지펀드의 공격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삼성그룹과 마찬가지로 총수 일가가 순환출자를 이용해 낮은 지분율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고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으로 경영권 승계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 경영권 승계의 핵심 현대모비스, 외국인 지분 절반 넘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를 갖추고 있다.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차그룹의 경영권을 물려받으려면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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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
하지만 정 부회장은 현대모비스의 주식을 한 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이에 따라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의 합병 가능성이 점쳐진다. 정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지분 23.3%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이기 때문이다.
노무라증권은 6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 가운데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의 합병이 가장 유력하다”며 “정의선 부회장이 소유한 현대글로비스의 지분을 무거운 세금 부담 없이 현대모비스에 양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두 회사가 합병할 경우 현대글로비스의 주가가 높고 현대모비스의 주가가 낮을수록 정 부회장에게 유리하다. 상장사가 합병할 때 주가에 따라 합병비율이 산정되는 탓이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 현대차그룹이 정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의도적으로 현대모비스 주가를 누르고 있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지난해 현대모비스는 한전부지 인수전 참여 뒤 주가가 급락했지만 현대차, 기아차와 달리 자사주를 매입하지 않았다. 현대모비스의 시가배당률도 1.27%로 현대차 1.78%, 기아차 1.91%에 비해 낮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외국인 주주들의 불만이 높아지면서 엘리엇매니지먼트와 같은 헤지펀드의 주목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대모비스의 외국인 지분율은 51.1%에 이르는 반면 우호지분율은 30.1%에 그친다.
◆ 저평가된 현대건설 주가, 주주반발 가능성도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의 합병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정 부회장이 현대차그룹을 물려받는 과정에서 실탄 역할을 할 것으로 점쳐진다. 정 부회장이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1.72%를 보유한 2대 주주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허점을 헤지펀드가 노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들은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한 뒤 현대건설과 합병하는 방식으로 정 부회장의 지분 가치를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기업가치가 높은 기업의 주주가 합병법인에서 더 많은 지분을 차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현대건설 주가가 낮고 현대엔지니어링 주가가 오를수록 정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가 수월해진다.
현대엔지니어링 주가가 급등한 것도 이런 기대감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현대엔지니어링 주가는 장외시장에서 2014년 4월 현대엠코와 합병 당시 40만 원대였으나 1년 만에 100만 원을 넘어섰다.
반면 현대건설은 저평가돼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건설의 주가는 15일 종가 기준으로 4만2900원, 시가총액은 4조7771억 원이다.
대신증권은 6월 “현대건설이 모든 면에서 가장 저평가된 주식”이라며 "건설업계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에서 홀로 꾸준한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무색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언제든지 엘리엇매니지먼트와 같은 외국계 투자자가 저평가된 주식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건설은 지난 6월 기준으로 외국인 지분율이 24%, 우호지분율이 35% 정도로 외국인 지분율이 높지 않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