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장은 2월 열린 ‘CEO 인베스터 데이’라는 기업설명회에서 5개년 중장기 투자 로드맵을 설명하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14조~15조 원 수준의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의 재무제표를 들여다보면 이런 목표와 현실 사이에는 괴리가 존재한다.
현대차가 연결기준으로 보유한 현금과 현금성자산은 2분기 말 기준으로 9조5천억 원 수준이다. 이 사장이 직접 언급한 14조~15조 원 수준의 유동성과는 차이가 꽤 난다.
기아차와 현대모비스의 현금과 현금성자산도 2분기 말 기준으로 각각 3조3550억 원, 3조2194억 원에 머물고 있다.
신용평가기관들은 이를 두고 현대차그룹의 중장기 투자계획을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재무적 안정성 약화라는 불안요인도 안고 있다고 보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9월 발표된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합작회사 설립 계획을 놓고 “글로벌 자동차시장의 수요둔화 등으로 이익을 낼 수 있는 체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현대기아차의 신차 개발과 미래차 기술 확보 등에 따른 연구개발비 지출규모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며 “배당금 지급 등 주주 환원 관련 자금 소요도 증가하고 있어 (두 회사는) 현금흐름에서 적자를 내고 있다”고 파악했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중국사업의 부진 탓에 중국 합작기업으로부터 얻는 배당금 수입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에서 자금 수요가 계속 늘어난다면 현재의 재무 안정성이 약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나이스신용평가는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품질 관련 비용 지출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두 사장에게 고민거리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최근 엔진결함 논란을 겪었던 ‘세타2엔진’과 관련해 국내외 고객들에게 평생보증 혜택과 별도의 보상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에 따라 현대차와 기아차는 3분기 재무제표에 관련 비용으로 각각 6천억 원, 3천억 원을 반영하기로 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2018년 3분기에도 엔진과 에어백 리콜 등으로 5천억 원가량의 품질 관련 비용을 지출했는데 1년 만에 또 비슷한 내용으로 비용을 지출했다.
한국신용평가도 이를 놓고 “현대기아차가 또다시 같은 사안에서 대규모 품질비용을 냈다”며 “현대기아차의 품질보증 충당부채 설정의 적절성이나 안정적 비용관리 가능 여부에 대해 면밀한 모니터링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완성차기업의 본질인 자동차 판매가 힘을 보태준다면 다행이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 두 사장이 재무상태를 개선하는 방안을 찾기 쉽지 않은 상황에 놓여있다.
현대차그룹의 움직임을 보면 두 CEO 모두 원가 절감을 통한 수익성 향상을 재무상태 개선의 방안으로 제시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