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시멘트 인수전으로 시멘트업계가 새판짜기에 돌입하면서 1위인 쌍용양회의 앞날에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채권단은 지난해부터 보유하고 있는 쌍용양회 지분매각을 추진해 왔으나 우선매수권을 보유한 태평양시멘트와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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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윤호 쌍용양회 사장. |
이에 따라 쌍용양회보다 동양시멘트 매각이 먼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채권단과 태평양시멘트의 협상이 결렬되고 쌍용양회가 시장에 매물로 나올 경우 시멘트업계의 판도가 다시 요동칠 수 있다고 바라본다.
12일 시멘트업계에 따르면 쌍용양회가 빠르게 실적을 개선하고 있다.
쌍용양회 영업이익은 2011년 666억 원에서 지난해 1623억 원으로 4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었다. 쌍용양회 영업이익률도 이 기간 3.59%에서 8.03%로 증가했다.
쌍용양회는 꾸준히 차입금을 갚아나가면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있다. 쌍용양회는 2011년 이자비용만 1029억 원에 이르렀는데 지난해 이자비용은 598억 원으로 감소했다.
이에 따라 쌍용양회 주가도 급등했다. 쌍용양회 주가는 올해 들어 53.72%나 올라 2006년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10일에도 전일 대비해 6.29% 오른 1만86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쌍용양회 실적이 개선되고 주가가 9년 만에 최고로 치솟자 시장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증권사가 5년 만에 쌍용양회에 대한 보고서를 내놓을 정도다.
전문가들은 쌍용양회 매각의 적기가 찾아왔다고 말한다.
쌍용양회의 최대주주는 지분 25.94%를 보유한 일본 태평양시멘트다.
하지만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지분을 모두 합하면 46.83%으로 태평양시멘트보다 많다. 2005년 쌍용양회가 워크아웃을 졸업하는 과정에서 출자전환을 통해 채권단이 확보한 지분이다.
채권단은 지난해 10월 쌍용양회 지분매각에 시동을 걸었다. 전방산업인 건설경기가 좋아지면서 시멘트 가격이 올라 경영환경이 개선됐고 주가도 1만 원을 넘어서며 상승세를 탔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1조 원이 넘는 투자금을 전부 회수할 수 없다고 해도 매각을 통해 60~70%라도 회수하려고 했다. 특히 동양시멘트 인수가 마무리돼 시멘트업계 재편이 끝나면 쌍용양회 가치가 어떻게 될지도 미지수다.
그런데 태평양시멘트가 문제였다.
태평양시멘트는 2000년 이후 꾸준히 쌍용양회에 투자해 보통주 25.94%, 우선주 6.42%를 보유하고 있다. 태평양시멘트가 쌍용양회에 들인 돈만 7885억 원에 이른다.
채권단은 2005년 최대주주인 태평양시멘트에 쌍용양회의 경영권을 맡겼다. 태평양시멘트는 이때 채권단 지분을 살 수 있는 우선매수권도 얻었다.
채권단이 지분을 모두 매각할 경우 태평양시멘트는 경영권을 잃게 된다. 그렇다고 채권단이 지분을 털고 나가면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기 어렵다.
태평양시멘트는 지난 3월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해 쌍용양회 인수에 나설 뜻을 밝혔다.
하지만 석 달이 넘도록 채권단과 태평양시멘트의 협상은 지지부진하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태평양시멘트와 협상이 진행중”이라면서도 “아직 밝힐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태평양시멘트가 인수한다, 안 한다 어느 쪽도 아직 장담할 수 없는 단계”라며 “공개입찰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투자업계에서 태평양시멘트가 쌍용양회를 인수할 여력이 없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채권단이 보유한 쌍용양회 지분가치는 7천억 원에 이른다. 태평양시멘트가 단독으로 매입하기에 부담스러운 금액이라는 것이다.
태평양시멘트의 현금과 현금성자산은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539만 엔(4982억 원)이다. 게다가 태평양시멘트의 현금성자산은 3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부채비율도 199.5%로 낮은 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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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용양회. |
이 때문에 태평양시멘트와 채권단이 시각차를 좁히지 못하고 결국 우선매수협상을 중단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채권단은 태평양시멘트의 우선매수권이 소멸되면 공개입찰방식으로 쌍용양회 지분의 매각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동양시멘트 매각 결과가 쌍용양회 매각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한다. 동양시멘트 인수전은 현재 예비입찰에 9곳이 참여할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특히 동양시멘트 인수전 결과에 따라 업계 판도와 함께 레미콘업계와 시멘트업계의 주도권도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
동양시멘트를 확보한 기업은 시장장악력을 크게 높일 수 있기 때문에 경쟁사들에게 위협적 존재로 떠오를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동양시멘트 인수전에서 빈손으로 돌아선 곳이 쌍용양회를 대안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시멘트업계의 한 관계자는 “쌍용양회 매각이 공개입찰로 전환될 수도 있다”며 “동양시멘트 인수전 결과에 따라 가격과 참여기업 등이 결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양회는 김성곤 쌍용그룹 창업주가 1962년 설립한 쌍용그룹의 모태기업이다. 쌍용양회는 1500만 톤의 생산능력을 갖춘 국내 최대 시멘트 제조회사다. 쌍용양회 동해공장(연산 560만 톤)은 세계 최대 규모의 시멘트 생산공장이다.
쌍용그룹이 외환위기로 해체되면서 쌍용양회는 2000년 태평양시멘트의 지원을 받았고 2002년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쌍용양회는 상장사인 쌍용머티리얼, 쌍용정보통신과 비상장사인 쌍용해운, 쌍용자원개발, 쌍용레미콘, 쌍용기초소재 등을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