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에게 세 번째 국정감사도 결코 쉽지 않았다. 산업은행의 핵심역할을 놓고 야당 의원들과 이 회장이 여러 차례 충돌했다.
▲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연합뉴스>
야당 의원들은 산업은행의 존립목적이 기업 구조조정이라며 KDB인베스트먼트의 설립을 놓고 질타를 이어갔고 이 회장은 ‘새 시대에 맞는 새로운 산업은행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맞받아쳤다.
이 회장은 14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KDB인베스트먼트 출범을 놓고 여러 차례 질의를 받았다. 산업은행의 가장 큰 역할이 기업 구조조정인데 이를 자회사로 넘기면서 책임도 함께 떠넘겼다는 지적이 나왔다.
KDB인베스트먼트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이른바 ‘방탄조직’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이 회장이 취임 초부터 산업은행의 역할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여러 차례 이런 의견을 밝혀왔던 점을 고려할 때 하루종일 답답함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감 역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이 회장에게 질의가 집중됐다.
특히 관심이 집중된 건 KDB인베스트먼트다. KDB인베스트먼트는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전담 자회사로 올해 4월 공식 출범했다.
이 회장이 취임 이후 가장 역량을 쏟은 작업 가운데 하나다.
이 회장이 KDB인베스트먼트를 세운 이유는 산업은행의 역할을 혁신기업 지원을 통한 국내산업의 세대교체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출자회사의 관리와 매각은 몇몇 전문가를 비롯해 시장에 맡기고 산업은행은 혁신기업 지원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힘을 쏟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국감에서 산업은행의 존재목적을 저버린 것이란 지적이 이어졌다. 산업은행 인력을 내려보내기 위한 조직이라는 질타도 나왔다.
이 회장으로선 억울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KDB인베스트먼트의 전체 인력이 15명 안팎인데 이 가운데 이대현 대표와 2~3명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시장에서 직접 뽑은 전문가들이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여러 차례 “산업은행은 재무적 구조조정은 잘하지만 영업력 제고나 기업가치 제고에는 한계가 있다”며 “KDB인베스트먼트에서 시장 전문가들을 영입해 이를 맡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기업 구조조정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도 여러 차례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을 예로 들며 시장에서 조달한 자금이 훨씬 많기 때문에 정책금융기관 주도의 구조조정에서는 시장 채권단이 무임승차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회장이 산업은행의 역할 변화를 강조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취임 초부터 꾸준히 추진했고 현재도 가장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사업이다.
그럼에도 이날 진정성과 함께 효과를 놓고 의심을 받으면서 이 회장의 표정에서도 답답함과 함께 지친 기색이 느껴졌다.
이 회장의 다른 발언도 지난해보다는 확실히 힘이 빠진 듯했다. 그동안 여러 차례 발언으로 구설에 오른 만큼 이번만큼은 신중하게 답변해야 한다는 판단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이 회장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합병론을 놓고 소신을 지켰다. 개인의 의견이라고 전제하고 논란을 일으킨 점을 놓고 사과하면서도 필요성을 놓고는 한 걸음도 물러나지 않았다.
이 회장은 “지금 각국에서 4차산업혁명 차원에서 성장성이 있는 기업에 적극적 투자와 대규모 대출을 해주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나라의 정책금융기관은 여러 개로 분산돼 있어 소액 지원은 되는데 거액 지원이 잘 안되고 있어 이를 위해서라도 집중해서 선별적으로 하는 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조를 향한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이 회장은 한국GM 노조를 향해 “긴 미래를 보고 노사 협의에 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에게도 “맹목적 반대는 안 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