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제주도의회에 따르면 제주 제2공항 건설 추진에 관한 ‘도민공론화 지원 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이 제주도의회의 운영위원회에 제출돼 15일 개회하는 임시회에 상정을 앞두고 있다.
이 결의안은 박원철 제주도의회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태석 제주도의회의장이 공동발의를 한 것으로 더불어민주당이 제주도의회의 다수석(전체 41석 가운데 28석)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본회의 통과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제2공항 공론화특위가 구성돼도 공론화 작업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제2공항 공론화특위가 공론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제주도의 예산과 인력 지원이 필요하지만 원 지사는 공론화 불가라는 기존 입장을 그대로 유지하며 공론화 절차에 필요한 예산 등 행정지원을 하지 않을 의사를 내보였기 때문이다.
원 지사는 10일 기자간담회에서 도의회의 제2공항 공론화 추진에 예산지원을 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구체적으로 답변할 이유가 없다”고 말해 예산지원 불가를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제주도의회에 따르면 제2공항 공론화에는 3억6천만 원에서 4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도의회에는 10월 기준 2천만 원가량이 사무경비 예산으로 남아있다.
박원철 제주도의회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젠 의회의 시간”이라며 원 지사에게 맞대응을 예고했다. 15일부터 올해 말까지 연이어 진행되는 제주도의회의 감사와 심의를 통해 원 지사를 압박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제주도의회는 15일부터 2019년 말까지 제377회 임시회와 378회 정례회, 379회 임시회를 연다.
박원철 대표는 임시회와 정례회에서 행정사무감사, 2020년도 제주도의 예산안 심의, 2019년 3차 추가경정예산안 등을 까다롭게 진행해 원 지사의 공론화 예산지원을 이끌어내려는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의회가 특위를 구성해 제2공항 공론화 작업에 착수한 뒤 '의회의 시간'을 무기로 원 지사를 압박하면 원 지사가 도정을 펼치는 데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원 지사가 제주도의회의 압박에도 제2공항 공론화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높지 않다.
10월내 제2공항 기본계획 고시가 이뤄지기는 어렵더라도 고시까지 9부 능선을 넘은 원 지사에게 제2공항 공론화는 다 된 밥에 재를 뿌리는 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의 한 관계자는 "당초 예정이 됐던 국토교통부의 10월 제주 제2공항 관련 기본계획 고시는 환경부 등과 조율할 것들이 남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이른 시일 내에 국토부 고시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원 지사는 지난해 영리병원 추진 때 시민단체가 주도한 공론화조사위원회의 권고 결정을 묵살하고 병원 개설을 조건부로 허가했다가 거센 반발을 맞이했고 결국 영리병원 사업추진을 취소한 경험이 있다.
이번 제2공항 공론화는 제주도의회라는 대의기관이 주도하고 있는 만큼 공론화특위의 권고 결정을 뒤집는다면 더 큰 반발을 받을 수도 있다.
제주도의회의 한 관계자는 “제2공항 공론화 결과가 영리병원 공론화 때처럼 불허로 나오면 제주도의회가 주도한 사안이기 때문에 이를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원 지사는 공론화로 더 큰 논란의 불씨를 키우고 싶지 않기 때문에 공론화 자체가 무산되기를 원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원 지사가 제2공항 공론화를 거부하는 사이 제주도민의 제2공항 건설을 둘러싼 갈등은 커지고 있다.
‘제주 제2공항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와 ‘제주도청 천막촌사람들’ 등 제2공항을 반대하는 시민단체는 8일 제주도 국감 시작 전 제주도청 정문에서 항의농성을 벌였다.
14일에는 제주 제2공항 성산·구좌읍·우도면 추진위원회 등 제2공항 건설을 찬성하는 시민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도의회의 공론화 특위 구성을 비판하는 등 제2공항 건설을 놓고 찬성과 반대하는 도민의 갈등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