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업계의 한 관계자는 “만약 소송전을 끝까지 진행했다가 SK이노베이션이 패소한다면 SK는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배터리공장에서 전기차 배터리 생산을 못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 이는 SK그룹으로서는 가장 피해야하는 시나리오”라며 “최 회장으로서는 합의로 문제를 해결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LG화학과 직접적 접촉을 하는 등 구체적 움직임과 관련된 이야기는 확인해주기 어렵다”며 “대화로 풀 수 있으면 대화로 풀어야한다는 태도 자체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문제를 풀어가는 몇가지 시나리오도 나온다.
우선 정부가 두 회사 사이를 중재하는 방법이다. 이번 갈등이 길어지면서 글로벌 완성차회사들이 전기차 배터리 공급처를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이 아닌 중국, 일본 등의 업체로 바꿀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정부가 국익을 위해 두 회사 사이를 중재하려 들 수 있다.
하지만 만약 정부가 중재에 나선다면 중국과 일본 정부가 반발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또한 국제적으로 정부가 민간의 일에 개입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부정적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의 중재를 두 회사가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 역시 높다. 실제로 청와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은 수차례 두 회사 사이를 중재하려 시도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과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다시 한 번 만나 전격적 합의를 이뤄낼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하지만 김 사장과 신 부회장이 이미 9월16일에 한차례 만났지만 서로 태도차이를 좁히지 못했던 것을 살피면 두 CEO가 다시 한 번 만나더라도 큰 성과를 내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최 회장이 직접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만나는 등 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나설 수 있다는 시선도 자리잡고 있다.
이번 분쟁은 단순히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이라는 계열사 사이의 분쟁이 아니라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둘러싼 분쟁이기 때문에 계열사 사장 사이에서 진행되는 대화만으론 문제를 풀기 어려울 수 있다.
최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모두 전기차 배터리사업을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정하고 그룹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해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SK의 밤’ 행사에서 “우리가 자동차 기름을 팔던 것에서 벗어나 전기차 배터리를 팔 때가 됐다”라며 전기차 배터리사업과 관련된 의지를 보였다.
SK그룹은 16일부터 제주도에서 ‘2019 CEO 세미나’를 개최한다. 최 회장을 비롯해 SK그룹 계열사 CEO들이 모이는 자리다.
SK그룹은 이번 세미나의 주제를 현재 SK그룹의 사회적 가치 추구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행복 전략’으로 정했다.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사업을 사회적 가치 추구의 한 방편으로 보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SK그룹의 제주도 세미나는 공식적으로는 사회적 가치와 그룹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면서도 "SK이노베이션이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석유화학 사업외에 전기차배 터리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사회적 가치 추구와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전기차 배터리의 최근 갈등상황도 어느 정도 논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