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인수합병을 통해 비은행부문 수익비중을 끌어올린 성과로 올해 순이익 기준으로 신한금융의 ‘리딩뱅크’ 자리를 지켜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주요 금융지주 경쟁사가 일제히 비은행부문 사업 확대를 통한 성장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조 회장이 신한금융의 인수합병 성과를 중장기 성장성 확보로 이어내야 하는 과제를 안은 것으로 파악된다.
조보람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1일 “신한금융지주는 비은행사업 강화 전략의 선두주자로 꼽힌다”며 “중장기적으로 합병효과를 어떻게 보여줄지가 성장에 관건”이라고 바라봤다.
신한금융지주 순영업수익에서 비은행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분기 기준으로 40%에 이른다. 국내 은행지주 평균인 20% 안팎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조용병 회장이 신한금융그룹의 비은행사업 포트폴리오 강화를 목표로 올해 인수합병을 마무리한 보험사 오렌지라이프와 부동산신탁사 아시아신탁 실적이 반영된 효과다.
하지만 신한금융지주가 인수합병을 통해 단기간에 비은행부문 수익을 크게 늘린 효과를 꾸준한 실적 증가세로 이어갈 수 있을지는 낙관하기 어렵다.
국내 주요 금융지주는 저금리 기조와 증시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대출이자 수익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워지자 일제히 비은행사업의 성장 속도를 앞당기는 데 집중하고 있다.
KB금융지주는 투자은행(IB) 분야를 강화해 은행사업에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는데 이르면 올해 안에 캐피탈업체나 생명보험사를 인수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KEB하나금융지주도 2025년까지 비은행 계열사 수익비중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인수합병 등 투자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조 연구원은 국내 시장금리가 앞으로 약 2년 동안 지속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 주요 금융지주가 은행업에서 성장성과 수익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금융지주 사이 실적 경쟁에서 비은행사업의 성장속도가 성패를 가르게 될 수밖에 없다.
신한금융지주의 올해 지배주주 순이익은 3조6710억 원으로 KB금융지주(3조4120억 원)와 하나금융지주(2조4050억 원)를 제치며 리딩뱅크 자리를 수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KB금융지주와 차이가 크지 않고 하나금융지주의 지배주주 순이익도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신한금융지주가 꾸준한 성장을 지속해 추격을 방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신한금융이 인수합병으로 비은행부문 실적을 늘린 효과가 일회성에 그칠 수도 있는 반면 경쟁사의 비은행사업 강화 전략은 갈수록 힘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조 연구원은 “신한금융지주 비은행사업의 성장속도와 전체 실적에 기여하는 폭이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조 회장은 신한금융지주의 오렌지라이프와 아시아신탁 인수효과가 비은행사업의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기존 계열사와 시너지 창출에 힘써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신한금융은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한 뒤 신한생명과 합병을 포함한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업무를 공유하거나 공동으로 추진하는 등의 뚜렷한 협업 체제는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모두 생명보험사지만 현재 담당하고 있는 업무 분야가 다르다”며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시너지 강화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신탁과 신한금융 계열사의 부동산사업 협력방안도 8월 설립된 부동산사업 협의체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한 단계라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 회장은 부동산사업 협의체 전략위원장을 맡아 그룹 차원의 전략 수립과 성과 분석을 직접 진두지휘하면서 부동산금융 분야에서 신한금융의 성장기회를 찾는 데 힘쓰고 있다.
신한금융이 인수한 기업들과 다른 계열사의 협업 체제가 안정적으로 자리잡는다면 금융지주들 사이 치열한 비은행사업 경쟁에서 신한금융의 차별화된 성장을 이끄는 동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금융지주와 경쟁에서 계속 앞서가려면 비은행 계열사의 시너지 구축에 더욱 속도를 내야만 한다.
조 연구원은 “신한금융지주는 아직 인수합병의 본격적 성과를 확인하기 이른 상태”라고 평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