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이 자회사 11번가의 차별화 전략을 위해 해외 이커머스 사업자와 손잡을까?
6일 증권가에 따르면 11번가가 아마존이나 알리바바와 협력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애널리스트와 간담회에서 대표이사가 한 말 때문에 나온 것”이라며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박 사장은 9월 열린 애널리스트와의 비공개 간담회에서 11번가의 변화를 추구하고 있으며 다른 사업자와의 연계해 다른 이커머스 사업자와 차별화된 지점을 만들 것이라는 계획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박 사장이 11번가와 해외 이머커스 사업자의 협력을 고려하는 이유는 경쟁이 치열한 이커머스시장에서 특화된 장점이 없다면 소비자들의 꾸준한 구매를 이끌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기업인 아이지에이웍스가 1일 발표한 ‘2019 대한민국 쇼핑앱 사용자 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11번가는 애플리케이션(앱) 설치 수는 1362만으로 집계돼 전체 쇼핑앱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11번가의 실제 사용자 비율은 설치건수의 절반을 채 넘지 못한 49.4%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쿠팡의 설치 수는 1349만으로 11번가보다 낮지만 실제 사용자 비율은 90.8%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많은 사람이 앱을 설치해도 꾸준히 구매를 촉진할 요인이 없으면 의미가 없다”며 “어떤 이커머스 사업자도 현재는 쿠팡을 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특화된 강점을 찾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최근 소비자들이 가격뿐 아니라 편리함을 추구하는 성향이 짙은 것을 감안해 해외 이커머스 사업자와 연계를 통한 '가장 편리한 해외직구'를 11번가의 차별화된 장점으로 만들려는 것으로 보인다.
해외직구 규모는 꾸준히 늘고 있다. 관세청이 9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해외직구 규모는 2123만 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 늘었다. 금액 기준으로는 15억8000만 달러(약 2조2000억 원)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0%가량 증가했다.
중국의 광군제나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등으로 연말 해외직구 수요가 더 커져 올해 해외직구는 3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관세청은 보고 있다. 2017년 20억 달러였던 해외직구 규모가 2년 만에 50%이상 늘어나는 것이다.
SK텔레콤의 주요 비통신사업인 11번가는 지난해 적자를 냈다. 마케팅비용을 절약해 수익성을 높이는 전략을 펼쳐 올해 1분기에 처음으로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했지만 이번에는 매출이 하락해 장기 성장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11번가는 흑자전환한 2019년 1분기에 매출 1569억 원을 냈지만 2분기 매출은 1458억 원으로 7%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5.5%, 11% 감소한 수치다.
SK텔레콤 관계자는 “11번가의 3분기 실적은 아직 알 수 없다”며 “이커머스시장의 경쟁이 치열해 실적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