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금융 카카오페이와 토스가 눈앞으로 다가온 오픈뱅킹 도입으로 적자규모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두 회사의 비용에서 큰 부분을 차지했던 은행결제망 이용수수료가 대폭 줄어들기 때문인데 이를 바라보는 은행권에서는 오픈뱅킹이 핀테크업계에만 도움이 된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이사(왼쪽),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대표이사. |
3일 은행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은행권의 오픈뱅킹 시범운영이 이르면 10월 말부터 시작된다.
오픈뱅킹은 은행 등 금융기관이 제3자에게 계좌 접근을 허용하고 결제망을 개방하는 공동결제시스템이다.
오픈뱅킹이 이뤄지면 계좌를 보유하지 않은 은행이나 핀테크회사의 모바일 플랫폼에서 계좌조회, 이체 등과 같은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은행권에서 시범운영을 진행한 뒤 12월부터 오픈뱅킹을 정식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9월 말 기준으로 100여 개의 회사가 오픈뱅킹 이용신청을 했는데 카카오페이, 토스, 뱅크샐러드 등 핀테크회사와 SK플래닛, LGCNS 등 대기업 계열사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카카오페이와 토스는 오픈뱅킹 도입으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을 회사들로 꼽힌다.
금융위와 금융결제원 등은 오픈뱅킹 이용수수료를 현재 은행결제망 이용수수료의 10분의 1 수준으로 정했다. 입출금 규모에 따라 건당 수수료로 20~50원이 부과된다.
카카오페이와 토스는 현재 개별 은행과 계약을 맺고 간편송금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은행별로 결제망 이용수수료가 다르긴 하지만 건당 수수료가 300~500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오픈뱅킹이 도입되면 카카오페이와 토스는 결제망 이용수수료를 대폭 줄일 수 있어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토스는 지난해 약 400억 원 가량을 은행결제망 이용수수료로 지급했는데 최대 360억 원 가량이 절감된다. 카카오페이는 간편송금시장 점유율 43%로 토스 54%와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카카오페이도 300억 원 이상의 절감이 가능하다.
카카오페이와 토스는 지난해 각각 영업손실 965억 원, 445억 원 규모르 냈다. 간편송금서비스를 운영하기 위해 지급한 은행결제망 이용수수료가 영업손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큰 셈이다.
은행결제망 이용수수료가 현재의 10% 수준으로 줄어들면 적자규모도 큰 폭으로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이민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2일 “12월 오픈뱅킹이 시행되면 수수료 인하효과로 카카오페이의 수익성이 대폭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오픈뱅킹 도입으로 은행들이 얻을 수 있는 혜택은 사실상 없어 보인다.
은행은 오픈뱅킹 시행을 위해 결제망을 핀테크회사 등에 열어주면서 결제망 이용수수료 수익 감소라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
당장 이용수수료 수익 감소보다 더 큰 문제는 모바일 플랫폼 경쟁에서 카카오페이와 토스 같은 대형 핀테크회사에 완전히 뒤쳐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계좌조회나 이체를 위해 은행 모바일 플랫폼을 반드시 이용해야 할 필요가 사라짐에 따라 거금을 들여 개발한 은행 모바일 플랫폼의 활용도가 떨어지고 충성고객이 이탈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오픈뱅킹이 핀테크 육성을 위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수수료수익을 포기한 데다 장기적으로 은행의 경쟁력을 크게 흔들 수 있는 제도를 받아들인 은행을 위한 보상도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