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보 한국-미국 방위비 분담특별협정(SMA) 수석대표가 역대 첫 경제관료 출신 수석대표로서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숫자’에 밝은 면모를 활용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27일 외교부에 따르면 정 수석대표는 10월 미국에서 열리는 한국과 미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한국을 대표해 방위비 분담금 인상폭을 논의한다.
▲ 정은보 한국-미국 방위비 분담특별협정(SMA) 수석대표. |
정 수석대표는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이전보다 대폭 올려야 한다는 미국의 요구에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에서 경제정책을 다뤄왔던 '경제통'의 경험을 적절하게 살려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 수석대표의 발탁은 ‘파격 인사’로 꼽힌다. 그가 역대 한미 방위비 분담특별협정 수석대표들 가운데 경제부처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임명됐기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은 주한미군 군사건설비 등 방위비와 관련해 1991년부터 1~5년 단위로 대표단을 꾸려 분담특별협정을 체결해 왔다. 이전까지는 국방부와 외교부 출신이 수석대표를 도맡아 왔다.
그러나 이번 분담특별협정에서는 한국이 주한미군 방위비를 이전보다 많이 부담해야 한다는 미국의 압박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미국은 현재 한국의 분담금을 6조 원 규모로 늘려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한국의 분담금 1조389억 원보다 6배가량 많다.
이를 고려해 우리 정부는 국방과 외교의 카드가 아니라 재정과 예산 전문가인 정 수석대표를 임명했다.
정 수석대표가 미국이 요구하는 방위비 분담항목과 증액 이유를 꼼꼼하게 살펴 적절한 수준의 금액을 이끌어 내기를 기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외교부도 정 수석대표의 임명 배경을 설명하면서 “정 수석대표는 정책조율이 뛰어나고 경제·금융·예산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전문가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정 수석대표는 행정고시 28회 재경직에 수석으로 합격해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그 뒤 경제와 금융부처를 오가면서 국제경제, 재정, 금융 등 여러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다.
2013~2016년 동안 기획재정부 차관보로 일하면서 역대 최장수 차관보로 이름을 올렸다. 그 뒤에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겨 대규모 금융정책의 실무를 이끌었다.
기재부와 금융위에서 대규모 예산을 필요로 하는 경제·재정정책 실무를 담당했다. 당시 소신이 강하면서도 추진력도 뛰어난 인사로 평가됐다.
정 수석대표가 기재부 국제금융정책관 시절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등 주요 국제금융기구와 대외협력 실무를 맡았던 점도 수석대표 발탁에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꼽힌다.
당시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3(한국 중국 일본) 회의와 한국-일본 재무장관회의 등 주요 국제회의 실무를 맡는 등 국제협의에 참여한 경험도 있다.
정 수석대표가 미국 대상의 협상에 직접 나선 경험이 없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다만 2007년 한국과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당시 국내대책본부 지원대책단장을 맡아 보완대책과 이행 실적의 점검을 주도하면서 미국과 협상에 간접적으로 참여했다.
당시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으로서 자유무역협정 협상을 이끌던
김현종 청와대 안보실 2차장과 협력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