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정책 추진에서나 정치적으로나 험난한 상황에 놓여 있다.
26일 정치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김 장관은 공들인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정책의 도입이 순탄치 않게 진행되고 있는 데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내에서 입지도 불확실하다.
김 장관은 분양가 상한제의 적용범위를 민간택지 아파트까지 확대하려다 거센 반대여론에 부딪혔다.
주택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8월14일부터 9월23일까지 40일 동안 입법예고 절차를 거쳤다.
국토교통부 홈페이지의 주택법 시행령 입법예고에는 이례적으로 3600여 건의 반대의견이 달렸다. 우편으로 접수된 반대의견까지 포함하면 4900여 건이 넘는다.
김대철 한국주택협회 회장이 25일 기자간담회에서 공개적으로 “분양가 상항제의 확대 시행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업계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정부 내에서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분양가 상한제는 강력한 효과가 있으나 공급 위축이라는 부작용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측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 장관으로서는 의욕적으로 공을 들여 추진하는 정책이 정부 안팎으로 반대에 부딪히고 있는 만큼 고심이 클 수밖에 없다.
김 장관은 국토교통부 장관에 임명되기 전 인사청문회에서 “결혼 11년 만에 겨우 경기도에 작은 집을 마련하는 등 집 때문에 많은 서러움을 겪은 경험이 있다”며 “서민 주거안정에 정책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김 장관을 둘러싼 정치적 상황도 긍정적이지 않다. 김 장관은 내년 총선에서 4선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는 시선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당 지도부가 일부 중진 또는 386세대로 분류되는 의원들을 물갈이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점은 부담이다.
특히 18일에는 김 장관을 비롯해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이 내년 총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결정됐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해식,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즉시 “일부 장관 겸직 의원들의 총선불출마 결정은 사실무근”이라고 대응했다.
김 장관이 내년 총선에 출마한다 해도 지역구 상황이 녹록치 않다.
김 장관의 지역구는 일산 지역인 고양정이다. 일산 지역은 정부의 3기 신도시 개발계획이 발표되면서 정부와 여당을 향한 여론이 부정적으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3기 신도시 예정지 가운데 창릉지구 때문에 인근 일산 지역 집값이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3일에는 ‘고양시의회 의장 주민소환모임’이 이윤승 고양시의회 의장의 주민소환투표를 위해 법적 요건인 청구권자 20% 이상의 서명을 모아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 의장은 김 장관의 측근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김 장관은 10월 중순 이후부터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추진을 포함해 본격적 행보를 보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24일부터 열린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제40차 총회 참석을 위해 캐나다 몬트리올에 머물며 현안인 한국의 일곱 차례 연속 국제민간항공기구 이사국 선임에 집중하고 있다.
27일 귀국한 뒤에는 국회의 대정부 질문과 국정감사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