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생명그룹이 인수한 오렌지라이프와 신한생명의 합병이 예상보다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성대규 신한생명 대표이사 사장은 오렌지라이프와 합병을 중장기 과제로 두고 새 회계기준 도입에 대비한 신한생명의 안정적 재무구조 구축에 우선적으로 힘을 쏟고 있다.
26일 신한금융에 따르면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합병 추진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신한금융은 1월 오렌지라이프 인수를 마무리한 뒤 같은 보험계열사인 신한생명과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당초 신한금융이 새 IFRS17 국제회계기준 도입 전인 2021년 연말까지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와 합병을 마무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게 나왔다.
하지만 신한금융은 두 회사의 합병을 중장기적 과제로 두고 우선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거나 조직문화를 공유하는 등 준비단계 작업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인수의 시너지를 내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놓고 검토하는 중”이라며 “합병시기는 물론 합병 여부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이 오렌지라이프를 처음 인수할 때 업계에서는 새 회계기준 도입을 앞두고 신한생명의 재무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는 시각이 우세했다.
새 회계기준을 도입하면 생명보험사는 재무 안정성과 보험금 지급능력 지표인 지급여력비율을 20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비율이 기준에 미달하면 금융당국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오렌지라이프의 상반기 지급여력비율은 428%로 기준을 크게 웃돌았지만 신한생명의 상반기 지급여력비율은 244%에 그쳤고 지난해 상반기는 199.6%로 기준치를 밑돌았다.
신한생명이 지급여력비율을 안정권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오렌지라이프와 합병이 효과적 방법으로 꼽힌다.
하지만 합병 시기가 2021년 이후로 미뤄지거나 아예 합병이 추진되지 않는다면 신한생명이 자체적으로 새 회계기준에 맞춘 안정적 재무구조를 갖춰내야만 한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는 모두 생명보험사지만 사업 분야에 다소 차이가 있고 직원들 사이 조직문화도 다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합병에 속도를 내기 어려운 상황으로 알려졌다.
성대규 사장이 신한생명 자체 역량으로 새 회계기준 적용에 대비하고 재무 건전성을 안정적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 셈이다.
신한생명은 회사채를 발행해 자본을 확충하고 올해 주주배당을 실시하지 않기로 하는 등 재무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대응방안을 순차적으로 마련해 실행하고 있다.
새 회계기준 도입 전까지 성 사장의 재무구조 개선 노력에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성 사장은 최근 신한생명이 업계에서 가장 일찍 새 국제회계기준을 적용한 회계결산을 기존 결산시스템과 병행해 사용할 수 있도록 도입하는 작업도 마무리했다.
신한생명은 성 사장이 과거 보험개발원장을 지내며 보험업계의 새 회계시스템 개발작업에 참여했던 경험을 살려 작업 완성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고 밝혔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하나의 신한’을 중심 경영기조로 앞세우고 있는 만큼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합병을 꾸준히 추진할 공산이 크다.
하지만 두 회사의 합병을 무리하게 서두르면 직원 반발 등 부작용이 일어날 가능성도 충분하다.
신한생명은 재무구조를 강화하기 위해 안정적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보장성보험 판매비중을 높이는 등 사업체질 개선작업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신한생명 관계자는 “오렌지라이프의 지급여력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신한생명도 재무 건전성을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며 “새 회계기준에도 가장 빨리 대응하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