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자동차 대표이사 사장이 부산 공장 생산량 감산을 결정하는 등 구조조정의 고삐를 죄고 있다.
내년에 나올 신차 XM3의 수출물량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불투명한 만큼 ‘생산물량 공백’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자동차 대표이사 사장.
25일 르노삼성차에 따르면 10월7일부터 부산 공장 생산량을 지금보다 25%가량 줄인다.
이에 앞서 노조에 전달했던 구조조정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것으로 르노삼성차는 부산 공장의 시간당 생산대수(UPH)를 기존 60대에서 45대로 줄인다.
시뇨라 사장은 XM3의 수출물량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을 때를 대비해 부산 공장의 생산량을 줄이기로 한 것으로 추정된다.
내년 바로 맞닥뜨릴 ‘생산물량 공백’에 대응할 수 있는 마땅한 카드를 쥐고 있지 못한 만큼 아 미리 허리띠를 죄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
시뇨라 사장은 8월 여름휴가에 프랑스 본사를 찾아 수출물량 배정을 설득했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본사로부터 확답을 받지 못했다. 르노 본사는 XM3 수출물량을 두고 스페인 바야돌리도 공장과 부산 공장을 저울질하고 있다.
내년 닛산로그의 빈 자리가 꽤 클 것이라는 불안감도 시뇨라 사장이 선제적 구조조정에 나선 이유로 꼽힌다.
올해 말 닛산로그 위탁계약 생산이 종료되면 부산 공장 생산량은 6년 만에 20만 대 아래로 떨어지게 된다. 부산 공장은 2013년부터 닛산로그를 위탁생산하면서 생산량이 껑충 뛰었다. 닛산로그 물량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꾸준히 부산 공장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책임져 왔다.
이 때문에 시뇨라 사장은 내년 부산 공장의 생산량을 12만 대로 잡고 있다. 2018년 부산 공장 생산량을 기준으로 전체 생산량에서 닛산로그 생산량을 뺀 수치와 꼭 맞아떨어진다.
2018년 부산 공장 생산량은 22만 대가량인데 이 가운데 47%가 닛산 로그 물량이다. 2018년 부산 공장은 닛산 로그를 10만7245대 만들었다.
시뇨라 사장은 그동안 XM3로 부산 공장 생산량을 지키겠다고 약속해왔다. 그는 올해 3월 열린 서울모터쇼에서 “XM3는 ‘차세대 부산 프로젝트’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며 XM3가 기존 부산공장 생산량을 지켜줄 것이라 자신하기도 했다.
시뇨라 사장은 생산량 감산에 이어 인력 구조조정도 추가로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노조의 거센 반발을 넘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르노삼성차는 부산 공장의 생산량을 줄이면서 발생한 400여 명의 유휴인력을 대상으로 순환휴직과 전환배치를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는 영업적자를 내는 한국GM, 쌍용차와 달리 6년 동안 흑자 1조7천억 원을 냈음에도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