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인수합병(M&A) 매물을 기다리고 있지만 적당한 매물이 나오지 않아 기다림이 길어지고 있다.
KDB생명보험이 조만간 매물로 나오고 동양생명과 ABL생명 역시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떠오르지만 가격과 인수 이후 시너지 측면에서 봤을 때 실제 인수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24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KDB산업은행이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KDB생명에 이어 동양생명과 ABL생명이 매물로 나올 것으로 점쳐진다.
최근 중국에서 다자보험그룹이 설립되고 조만간 동양생명과 ABL생명 대주주도 안방보험그룹에서 다자보험그룹으로 교체된다. 이에 따른 경영진 교체는 이미 이뤄졌다. 다자보험그룹 CIO(Chief Investment Officer)인 푸징수 이사가 동양생명의 새 이사회 의장에 올랐다.
푸징수 이사는 안방보험그룹 출신이지만 현재는 다자보험그룹 CIO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다자보험그룹이 안방보험그룹의 자산을 정리하기 위해 설립된 만큼 앞으로 동양생명과 ABL생명 매각을 위한 사전작업이 본격화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특히 두 회사를 합병해 한 번에 매각할 가능성에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상반기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자산규모는 각각 33조 원, 20조 원으로 둘을 더하면 53조 원 규모에 이른다. 삼성생명(301조 원), 한화생명(136조 원), 교보생명(114조 원), NH농협생명(65조 원)에 이어 다섯 번째로 큰 규모다.
KB금융그룹으로선 한 번에 생명보험업계에서 순위를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다만 이렇게 되면 매물로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도 있는 데다 실제 합병이 이뤄질 지 역시 미지수다. 합병 과정에 필수적인 인력 조정과 재배치 등은 물론 전산통합 등의 복잡한 과정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매각가격도 부담일 수밖에 없다. 인수가격과 투입된 자금 등을 고려한 동양생명 매각가격은 1조6천억 원 이상, ABL생명 매각가격은 4천억 원가량으로 추산된다. 둘을 합병해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으면 매각가격은 2조 원을 훌쩍 뛸 수 있다.
윤종규 회장은 생명보험사 인수합병의 필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하면서도 ‘제 값을 넘겨 사지는 않겠다’는 의지 역시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ING생명(오렌지라이프) 인수를 포기한 이유도 가격이 지목됐다.
KB금융그룹이 생명보험부문에서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한 사이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는 약진하고 있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는 상반기에 합산 순이익 1653억 원(지분율 감안)을 거둬 한화생명(934억 원)을 제치고 순이익 기준 3위 수준으로 발돋움했다. 아직 자산규모 등 덩치에서는 비교하기 어렵지만 시장 점유율과 수익성, 자본 건전성 등은 이미 생명보험업계 빅3와 견줄만 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만간 KDB생명보험도 매물로 나온다. 이르면 9월 말에서 10월 초 사이에 매각공고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국내 금융지주나 보험사 가운데는 KDB생명을 인수할 만한 곳이 마땅히 없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KDB생명의 규모가 자산 기준 업계 13위 수준으로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윤 회장은 3월 주주총회에서 인수합병을 놓고 “시간을 특정하긴 어렵지만 적절한 시기에 좋은 물건을 좋은 가격에, KB금융지주와 궁합이 맞는 기업을 살 기회가 틀림없이 올 것”이라며 “그 전까지는 기존 포트폴리오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도 경쟁사에 필적할 만한 수준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KB금융지주가 오랜만에 관심을 보였던 롯데캐피탈은 일본 롯데그룹에 매각됐다. 롯데지주는 전날 이사회를 열고 보유하고 있는 롯데캐피탈 지분 25.64%를 일본 롯데파이낸셜코퍼레이션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롯데지주는 일반지주회사가 금융계열사를 소유할 수 없도록 한 공정거래법을 충족하기 위해 금융계열사 3곳의 매각을 추진했다. KB금융지주는 이 가운데 롯데캐피탈 예비입찰에 참여하는 등 관심을 보여왔는데 롯데캐피탈 인수는 물 건너간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