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남북경협 희망고문’에서 이번에는 벗어날 수 있을까?
23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열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물꼬를 트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과 미국의 실무협상 재개를 앞선 시기에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은 한반도 평화번영의 길에서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광광을 재개할 수 있는 결정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근 정책 간담회에서 개성공단을 단순 재가동하는 것을 넘어 중국, 일본, 미국 등이 참여하는 국제공단으로 만들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한미 정상회담이 북한과 미국이 실무협상 재개를 앞두고 진행되는 만큼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관광 재개 기대감이 다시금 커지는 것인데 최근 북미 간 유화적 메시지 등을 볼 때 이전과 다른 결과가 도출될 가능성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대북 강경파로 알려진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전격 해임했고 북한은 실무협상 재개 가능성을 들며 미국의 움직임에 환영의 뜻을 보이고 있다.
현정은 회장 역시 기대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현 회장은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관광 재개 등 남북관계 회복을 공약으로 내건
문재인 정부 출범 때부터 대북사업 기회를 적극 살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임기의 절반이 다 되도록 여전히 사업의 첫 발을 떼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 초 ‘2019 기업인과 대화’에서 “현대그룹은 희망고문을 받고 있다”며 현 회장을 위로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현 회장에게 “(남북 경협이) 뭔가 열릴 듯하면서 열리지 않고 있지만 결국은 잘될 것”이라며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현대그룹은 계열사인 현대아산을 통해 전력, 통신, 철도, 통천 비행장, 임진강댐, 금강산 수자원, 명승지 관광 등 북한 7개 사회간접자본(SOC)의 독점 사업권을 보유하고 있어 남북 경협이 본격화하면 수혜를 입을 대표적 기업으로 꼽힌다.
현대그룹은 금강산관광 길이 막힌 최근 10년 동안 현대상선, 현대증권 등을 매각하며 그룹 위상이 크게 하락했는데 남북경협이 본격화한다면 이를 일부 만회할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현 회장은 지난해 남북경협 경험을 지닌 경제관료 출신 배국환 전 기획재정부 제2차관을 현대아산 대표로 새로 영입하고 올해는 현대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현대엘리베이터를 통해 현대아산에 356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등 차근차근 남북경협을 준비해 왔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상황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상황 변화에 따라 역할이 주어진다면 능동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 회장은 올초 신년사에서 “남북경협을 맞이할 철저한 준비와 소명의식을 부탁한다”며 “이제부터는 그동안 축적한 역량을 사업으로 실행해 내고 이를 바탕으로 남북경협에 밑거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