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철 기자 esdolsoi@businesspost.co.kr2019-09-15 15: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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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코웨이 매각가격을 놓고 웅진그룹와 인수후보, 매각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 등 이해관계자들이 각자의 이익을 위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인수후보들은 급할 것이 없는 만큼 여유를 부리고 있는 가운데 점차 수세에 몰리고 있는 웅진그룹이 ‘매각 무산 후 재매각’이라는 강수를 꺼내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 웅진코웨이 매각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은 25일 웅진코웨이 매각 본입찰을 진행한다. < pixbay>
한국투자증권은 웅진그룹에 코웨이 인수자금을 빌려준 데 이어 이번 매각주관도 맡고 있는데 웅진그룹에 빌려준 돈을 온전히 돌려받기 위해 올해 안에 이번 매각전을 끝내려 힘쓰고 있다.
15일 투자금융(IB)업계에 따르면 웅진코웨이 매각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은 25일 웅진코웨이 매각 본입찰을 진행한다.
웅진그룹의 웅진코웨이 매각 결정이 급박하게 진행됐던 만큼 많은 인수 의향자들이 참여하도록 본입찰을 기존 일정보다 한 달가량 더 늦춘 것이다.
하지만 새롭게 등장한 인수 의향자가 없는 것은 물론 기존 예비입찰에 참여했던 인수후보들조차 인수전에서 발을 뺄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예비입찰에는 SK네트웍스, 중국 하이얼, 칼라일, 베인캐피탈 등 4곳이 참여해 숏리스트에 포함됐지만 웅진그룹이 원하는 높은 웅진코웨이 몸값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웅진그룹은 코웨이를 인수했던 금액인 1조9천억 이상인 2조 원을 웃도는 매각가격을 원하고 있지만 인수 의향자들은 1조5천억~1조7천억 수준을 적정가격으로 매긴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후보들은 웅진코웨이가 국내 렌탈업계에서 부동의 1위인만큼 매물로서 가치를 충분히 인정하고 있지만 웅진그룹이 처한 재무적 곤경을 적극 활용하려는 모양새다.
웅진그룹은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굳은 의지를 바탕으로 코웨이를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1조6천억 원가량을 빌리면서 그 후폭풍으로 웅진에너지와 웅진 등 그룹 계열사들이 전반적으로 자금난을 겪고 있다.
윤 회장은 그룹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고 판단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웅진코웨이를 ‘급매물’로 내놓은 셈이다.
반대로 인수후보들로선 당장 급할 것이 없다.
윤 회장의 강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웅진코웨이를 인수한 지 3개월 만에 다시 시장에 내놓았다는 것 자체가 인수후보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명확한 신호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현재 인수전에 뛰어든 곳들 가운데 2조 원 내외의 가격으로 웅진코웨이를 살 뜻이 있었다면 올해 초 진행됐던 코웨이 인수전에 진작 뛰어들었겠지만 애초에 그 정도까지 가치를 매긴 곳은 없었다.
웅진그룹으로선 원하는 가격에 웅진코웨이를 팔기 어려운 흐름으로 이번 매각전이 흘러가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웅진그룹도 웅진씽크빅, 웅진 등의 법정관리를 감수하더라도 원하는 가격이 아니라면 매각을 무산시키고 재매각하는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법정관리를 통해 채무를 탕감 받고 회생절차를 거친 뒤 다시 재매각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수후보들이 원하는 가격에 웅진코웨이를 매각하면 웅진그룹으로선 6월에 코웨이를 최종인수한 뒤 불과 3개월여 만에 2천억~4천억 원을 앉은 자리에서 손해를 보게 되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웅진코웨이 매각주관사이자 웅진그룹에 1조6천억 원의 차입금을 빌려준 한국투자증권의 뜻도 변수다.
한국투자증권으로선 웅진코웨이가 1조6천억 원 이상 가격으로만 팔리면 웅진그룹에 인수금융과 전환사채(CB) 방식으로 빌려준 돈을 모두 회수하는 데 지장이 없다.
자칫 웅진그룹이 매각을 철회한다면 웅진그룹에 빌려준 전환사채 5천억 원가량을 온전히 회수하기 어려워지는 만큼 한국투자증권은 이번 웅진코웨이 매각전을 최대한 조기에 마무리하길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투자증권으로서는 이번 거래가 무산되지 않도록 가격차이가 큰 웅진그룹과 인수후보 사이의 중간자 역할을 해내야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매각자와 인수후보뿐 아니라 주관사까지 이해관계가 밀접하게 얽히면서 타협점을 찾기 위한 물밑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급할 것이 없는 인수후보측을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이 어느 수준까지 설득할 수 있는지가 열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