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시절 '재벌 저격수'라는 별명을 지녔던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협력을 이끌고 소재, 부품, 장비 국산화에 힘을 기울이며 행정가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박 장관이 중기부에서 성과를 내면 정치력과 행정력을 고루 갖춘 더 큰 정치인으로 발돋움하는 데 든든한 밑바탕이 될 수 있다.
박 장관은 그동안 중기부 위상을 높이며 중소기업 정책을 힘있게 추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중소기업정책의 백년대계를 위해서는 단기적 업적에 집착하지 않고 장기적 비전을 바탕으로 일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 방송 : CEO톡톡
■ 진행 : 곽보현 부국장
■ 출연 : 류근영 기자
곽보현 부국장(이하 곽):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중기부를 어디로 이끌고 갈지, 그 승부처가 무엇일지 살펴보는 시간을 마련하겠습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와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류근영 기자(이하 류): 안녕하세요.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입니다.
곽: 박영선 장관이 취임한 뒤 중소벤처기업부 위상이 높아졌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박 장관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과제인 스타트업 육성, 제2 벤처붐, 그리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협력 강화 등 여러 정책과 이슈들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박 장관이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서 승부처로 보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류: 중소기업의 소재, 부품, 장비 국산화에 힘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제로 박영선 장관은 소재, 부품, 장비 국산화를 위한 정책을 대단히 추진력 있게 밀고 나가는 것으로 보입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협의회를 설치해 대기업이 필요로 하는 품목을 발굴하고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부터 판로를 보장받게 한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공동 연구개발도 진행될 것으로 보이고요.
작 장관은 소재, 부품, 장비 관련 스타트업 100곳을 육성한다는 방침도 밝혔습니다.
곽: 지난번에는 박 장관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대기업이 중소기업 부품을 안 사준다’고 논쟁을 벌였던 게 기억납니다.
박 장관이 ‘중소기업이 불화수소라는 소재를 만들 수 있는데 대기업이 안 사준다’고 하니까 최태원 회장이 ‘만들 수는 있겠지만 품질의 문제’라고 응수했습니다.
류: 이 일이 있고 난 뒤 박 장관은 페이스북에 “첫 술에 배부를 수 있을까요? 만약 20년 전부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연구개발 투자를 하며 서로 밀어주고 끌어줬다면 지금 상황은 어땠을까요?” 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곽: 그동안 중소벤처기업부는 사실 힘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일본 수출규제 때문에 소재, 부품, 장비 국산화가 절실해졌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그것들을 이룰 수 있는지가 박영선 장관에게는 승부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실질적 협력관계가 이뤄진다면 앞으로 박영선 장관은 행정능력을 검증받고 향후 정치행보도 단단히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박 장관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협력을 이끌어내 소통 능력과 행정 능력을 입증하면 정치적 브랜드 가치도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동안 쌓아왔던 공격적 이미지도 개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박영선 장관은 경제계와 관련해 ‘재벌 저격수’라는 별명까지 있었습니다.
대기업과 사이가 좋지 않았고 대단히 공격적 이미지를 지니고 있었죠?
류: 박영선 장관은 초선 국회의원 시절 이명박 전 대통령이 연루된 것으로 의심 되는 BBK 의혹을 집중적으로 파헤치며 이명박 전 대통령을 괴롭혔습니다.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있었는데요.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게 “저 똑바로 못 보시겠죠? 부끄러운 줄 아세요 진짜”라고 말했고 이명박 후보는 “옛날엔 안 저랬는데 저게 미쳤나”라고 말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습니다.
그 외에도 2015년 삼성그룹 이재용, 이부진, 이서현 3남매의 증여 문제를 들고 나와서 ‘특정재산범죄수익 환수법 개정안’, 이른바 이학수법을 발의하며 ‘재벌 저격수’란 별명을 얻었습니다.
곽: 듣고 보니 정말 강도 높은 말을 주고 받으며 공격적 모습을 보여줬네요.
류: ‘낙마왕’이란 별명도 있습니다.
야당 국회의원 시절에 장관이나 국무총리로 지명된 후보자들을 청문회에서 낙마시킨 것으로 유명한데요.
이 때문에 박영선 장관이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자 자유한국당에서는 칼을 갈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박영선 장관은 자기 인사청문회에서 오히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비위를 묵인했다는 의혹을 제기해 역공을 펼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곽: 이런 박영선 장관의 모습이 정치인으로서는 강하게 보이고 장점이 될 수 있겠지만 좀 더 높은 자리로 가는 데는 긍정적이지 못할 수 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양한 이견을 듣고 조율하고 안정적 행정능력을 보여줘야 국민들의 신뢰를 받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중기부 장관이 된 뒤 박 장관에 관한 평가는 어떻게 나오고 있나요?
류: 박영선 장관 취임 뒤 중소벤처기업부 위상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많이 나옵니다.
문재인 대통령 북유럽 순방 때 스타트업 행사를 중기부가 주도하기도 했고요.
중소기업 대표들이나 중소기업 관계자들을 취재해보면 ‘박영선 장관이 정치인 출신이라 힘이 있어 일을 잘 추진한다’ 등의 의견을 내놓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곽: 하지만 중기부 위상이 올라간 게 정책에 힘이 실렸다기 보다는 박 장관 개인의 정치적 역량에 의존한 측면이 큰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박 장관이 퇴임한 뒤에는 다시 원래대로 되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이런 점은 어떻습니까?
류: 그 부분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정치인 장관들은 정치적 입지를 생각하기 때문에 당장 눈에 보이는 업적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임기 안에 업적을 내려고 무리한 정책을 펼치면 부작용도 발생하고 결국 손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되겠죠.
곽: 토끼는 용궁에 갈 때 간을 떼어 놓고 갑니다.
대한민국 정치인들은 여의도 국회에 들어갈 때 부끄러움을 버려놓고 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분명히 정치인 출신 장관입니다. 박 장관이 본인의 정치적 입지만 생각해서 친중소기업의 탈을 쓰고 오로지 유권자 사냥꾼이 되고자 한다면 당장 눈에 띄는 성과만 따라다니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정작 중소기업에 필요한 정책을 놓칠 수도 있습니다.
표가 중요하니까 부끄러움이 없어질 수 있는 거죠.
그러나 박영선 장관이 진정으로 국가경제의 장기적 발전을 고민하고 미래 비전을 생각하면서 진심으로 중소기업의 발전을 위한 정책들을 하나 둘 씩 만들어나갈 수도 있습니다.
박 장관이 먼 훗날 미래를 위한 중소기업 정책을 잘 만들어 놓았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요?
앞으로 박영선 중기부 장관의 행보를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