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가 전속설계사의 수수료체계를 개편하기 어렵게 되면서 장기 인보험시장에서 메리츠화재에 1위를 내줄 위기에 내몰렸다.
3일 삼성화재 관계자에 따르면 전속설계사의 수수료정책을 개편하기로 했다가 독립보험대리점 반발에 발목이 잡혀 개편계획을 잠정적으로 보류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신입 전속설계사에 한해 시책을 1200%까지 제공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반발에 부딪혀 잠정 철회하기로 했다”며 “당분간 이 방안이 다시 논의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화재는 9월부터 신규로 채용하는 전속설계사를 대상으로 활동형과 실적형 방식을 선택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활동형은 고정급(200만 원~300만 원)의 비례수수료 518%를, 실적형은 원납보험료의 최대 1200%까지 수수료를 지급한다.
삼성화재와 상위권을 다투고 있는 메리츠화재가 전속설계사를 대상으로 약 1000% 정도의 수수료를 지급하는 것을 감안하면 업계 최대 수준으로 꼽힌다.
하지만 삼성화재가 파격적 수수료 체계를 이어가기 어렵게 되면서 장기 인보험시장에서 메리츠화재의 추격에 위협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장기 인보험은 상해·질병 등 사람의 신체나 생명에 관한 위험을 보장하고 암, 치매, 어린이보험 등이 대표적 상품으로 꼽힌다. 요건이 비교적 단순한 자동차보험과 비교해 상품 구성이 복잡해 주로 설계사를 통한 가입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삼성화재가 이번 수수료정책 개편을 논의했던 것도 메리츠화재가 불붙인 시책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메리츠화재가 독립보험대리점 설계사 대상 시책비를 기존 150~200% 수준에서 300%까지 끌어올리는 파격적 정책으로 장기 인보험시장 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리자 삼성화재가 맞대응에 나섰다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삼성화재는 장기 인보험시장에서 796억 원의 초회보험료를 달성해 메리츠화재를 앞섰지만 그 차이는 16억 원 정도에 그쳤다. 메리츠화재가 보험업계 전체로는 점유율 5위인 점을 감안하면 장기 인보험시장에서 삼성화재를 턱밑까지 따라붙은 셈이다.
이에 따라 삼성화재는 강점을 지닌 전속설계사 역량을 더욱 강화하는 방식으로 장기 인보험시장에서 메리츠화재의 추격을 견제하려는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보인다.
전속설계사에 지급하는 수수료율을 높여 독립보험대리점이나 다른 보험사의 전속설계사 영입에 속도를 내 장기 인보험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지켜내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수의 독립보험대리점들이 삼성화재의 결정에 맞서 강력한 불매운동을 벌이면서 삼성화재는 난관에 부딪혔다.
이에 따라 삼성화재는 강점인 전속설계사부문에서도 메리츠화재의 숨가쁜 추격을 허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4월 기준 삼성화재의 전속설계사 수는 1만8636명으로 메리츠화재(1만8076명)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올해 들어 메리츠화재가 매월 약 1천 명에 가까운 전속설계사를 새로 받아들이면서 삼성화재와 엇비슷한 규모의 전속설계사를 보유하게 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수적 기조를 지닌 삼성화재가 성과급 경쟁에 뛰어들었다는 것은 그만큼 메리츠화재에 위협을 크게 느낀다는 의미”라며 “이번 수수료정책 개편이 무산돼 상당히 아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