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이 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트래버스를 예상보다 낮은 가격에 내놓으면서 소비자들의 시선이 몰리고 있다.
카허 카젬 한국GM 대표이사 사장은 판매 반등이 절실한 만큼 공격적 가격 책정으로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보인다.
한국GM은 3일 강원도 양양에서 미디어 시승행사를 열고 트래버스 판매가격을 공개했다.
5천만 원을 웃돌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가장 낮은 트림 가격을 4520만 원으로 책정하면서 소비자들로부터 ‘착한 가격’이라는 반응을 얻고 있다.
대형 SUV 경쟁차로 꼽히는 기아자동차의 모하비나 포드 익스플로러와 비교해 밀리지 않는 가격 경쟁력을 갖추게 된 만큼 카젬 사장은 트래버스가 판매 반등을 이끌 ‘반전카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9월 출격을 준비하고 있는 기아차의 모하비와 포드 새 익스플로러는 시작가격이 각각 4700만 원, 5천만 원 중반대에서 형성될 것으로 추정된다.
카젬 사장의 공격적 가격정책이 효과를 볼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수입해 판매했던 차량이 ‘비싸다’는 인식에 가려 제품 경쟁력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지만 트래버스는 낮은 가격에도 압도적 몸집 크기와 넉넉한 실내공간을 확보한 만큼 흥행에 성공할 요소를 충분히 갖췄다는 것이다.
공격적 가격책정과 제품 경쟁력에 신차효과까지 맞물린다면 트래버스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둘 수도 있다.
북미 판매가격보다도 가장 낮은 트림인 ‘LT 레더’를 기준으로 480만 원가량 낮게 내놓은 점도 국내 소비자를 배려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줘 트래버스 판매를 늘리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카젬 사장은 뛰어난 제품 경쟁력을 지닌 트래버스가 낮은 가격이라는 날개를 단 만큼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트래버스를 공개하며 “트래버스는 미국 JD파워 조사 결과 내구성 부문 1위 등 수상한 환상적 제품”이라고 말했다.
카젬 사장은 지난해 6월 쉐보레의 중형 SUV 이쿼녹스를 수입해 판매했지만 국내 경쟁차인 현대자동차의 싼타페나 기아자동차의 쏘렌토보다 높은 가격에 내놓은 탓에 소비자의 외면을 받았다.
트래버스의 흥행은 한국GM의 부활을 이끌어야 할 카젬 사장에게 매우 절실하다.
한국GM은 2013년부터 5년 동안 4조 원가량의 누적 적자를 낸 데다 2018년 2월 군산공장을 폐쇄하면서 철수설에 휘말려 왔다. 철수설은 소비자로하여금 안정적 사후서비스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불러일으키면서 판매 확대에 발목을 잡았다.
이 때문에 카젬 사장은 철수설과 판매 부진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해 판매 반등을 이끌 흥행 차량이 꼭 필요한 상황이다.
카젬 사장이 한국GM 사장을 맡은 2017년 8월 이후 한국GM은 내수 판매에서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한국GM의 내수 판매량은 2017년 13만2377대에서 2018년 9만3317대로 29.5% 감소했다.
올해 들어서도 월별 판매량이 지난해 월 평균판매량인 7770대 이상을 넘어선 달이 없을 정도로 판매에서 고전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