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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유승민 애증의 10년, 돌아올 수 없는 다리 건너나

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 2015-06-29 15:3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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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유승민 애증의 10년, 돌아올 수 없는 다리 건너나  
▲ 박근혜 대통령과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박근혜 대통령과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고 있다.

박 대통령과 유 원내대표는 10년 전 당대표와 비서실장으로 인연을 맺었는데 최악의 파국을 맞을 수도 있다.

이번 갈등은 표면적으로 국회법 거부권을 두고 당청이 갈등을 빚는 모양이지만 이전부터 쌓여왔던 감정이 이제야 터졌다는 말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29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유 원내대표의 거취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박 대통령과 유 원내대표 사이 갈등이 봉합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박 대통령이 이날 오후 열리는 새누리당 임시 최고위원회를 향해 무언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이 25일 국무회의에서 유 원내대표를 지목해 “자기정치”, “배신의 정치”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유 원내대표가 곧바로 직접 고개를 숙이고 사과까지 했으나 박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청와대는 유 원내대표를 유임시킨 새누리당에게 강한 불만을 보이며 유 원내대표 자진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 탈당설까지 제기되며 갈등은 일파만파로 커졌다.

박 대통령과 유 원내대표는 10년 전만 해도 이런 관계가 아니었다. 박 대통령은 2005년 한나라당 대표 시절 비례의원으로 여의도에 입성한 유 의원을 비서실장으로 발탁했다.

두 사람은 선대에 악연이 있었다.

유 원내대표의 부친인 유수호 전 민주자유당 의원은 박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정권에 반대되는 판결을 한 뒤 면직돼 정계에 입문했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이 유 원내대표를 비서실장으로 발탁한 것은 뜻밖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두 사람은 돈독한 사이를 보여줬다. 박 대통령은 일처리가 명확하고 유능한 유 원내대표를 신뢰했다.

유 원내대표는 사석에서 박 대통령을 ‘누님’이라고 부를 정도로 가까워졌다. 유 원내대표는 “한나라당 차기 대권주자는 박근혜 대표가 돼야 한다”는 주장을 앞장서 펼쳤다.

유 원내대표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서 박근혜캠프 정책메시지 단장을 맡아 후보공약을 설계했다. 특히 유 원내대표는 상대후보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은닉재산과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제기하며 이명박 저격수로도 활약했다.

당시 박 대통령은 경선에서 패배했지만 유 원내대표는 친박 측근으로 위상을 공고히 했다.

유 원내대표는 2011년 말 한나라당 최고위원 시절 당 지지율이 떨어지자 최고위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유 원내대표의 최고위원 사퇴는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의 사퇴로 이어졌고 박근혜 대통령이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재등판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박 대통령은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치른 19대 총선을 승리로 이끌며 대권의 발판을 놓았다.

하지만 19대 총선은 두 사람이 멀어지는 계기로 작용했다. 박 대통령이 2012년 2월 추진한 새누리당 당명변경에 유 원내대표가 강하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유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은 가치와 정체성이 담기지 않은 이름”이라며 “한나라당보다 못한 이름”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당명변경은 관철됐고 유 원내대표는 이 일을 계기로 친박 주류에서 서서히 멀어지게 됐다.

특히 유 원내대표는 경제에서 복지와 분배를 강조하는 개혁적 성향을 갖고 있는데 이 점에서 친박 주류와 노선이 갈린다.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청와대-정부와 유 원내대표는 경제문제에 접근하는 시각이 서로 다른 점이 많이 노출됐다.

유 원내대표는 4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유 원내대표는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을 부정했다. 유 원내대표는 재벌개혁, 부자증세, 법인세인상을 주장했다.

청와대는 이런 유 원내대표의 직격탄에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이 때부터 유 원내대표가 자리를 보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말이 당 안팎에서 새어나왔다.

청와대 비서실과 유 원내대표의 갈등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유 원내대표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외교부를 질책하며 “일관된 국가안보전략이 없다. 청와대 얼라들이 하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해 1월 청와대 문건유출 사건이 일어났을 때 음종환 전 청와대 행정관이 사석에서 “문건유출 배후는 김무성과 유승민”이라고 지목했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렇게 틀어진 관계는 국회법 거부안을 계기로 마침내 폭발하고 말았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강경한 태도에 유 원내대표가 결국 무릎을 꿇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물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중재에 따라 갈등이 봉합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유 원내대표의 입지는 크게 좁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이 유 원내대표에게 꼭 불리한 것만 아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유 원내대표는 대통령에게 맞서는 소신있는 여당 원내사령탑이라는 이미지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 원내대표는 리얼미터가 실시한 6월 차기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유 원내대표는 5월 3.4%의 지지율로 여권 내 6위에 머물렀으나 이번 조사에서 5.4%로 지지율을 2.0%포인트 높이며 여권 내 4위를 차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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