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의 실적 부진과 항공업황 악화가 애경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기상도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
2일 재계 등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예비입찰 마감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아직까지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참여할 의사를 명확하게 밝힌 곳은 애경그룹과 사모펀드 KCGI 뿐이다.
KCGI는 재무적투자자(FI)이기 때문에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전략적투자자(SI)와 컨소시엄을 구성해야 한다는 것을 살피면 사실상 현재 상황에서 인수전에 당장 참여할 수 있는 곳은 애경그룹 한 곳인 셈이다.
애경그룹이 실제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는 애경그룹이 인수에 처음 관심을 보였을 때부터 끊임없이 제기됐다.
특히 업계에서는 애경그룹이 2조 원에 이르는 아시아나항공의 인수금액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여기에 아시아나항공 실적 부진과 항공업황 악화가 겹치면서 애경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은 2분기에 영업손실 1241억 원을 냈다. 항공업황의 악화로 항공업계의 성수기인 3분기 실적 역시 좋을 것이라고 장담하기 힘들다.
애경그룹으로서는 재무적 투자자(FI)를 유치하는 방식으로 인수자금을 감당한다 하더라도 인수 이후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된 셈이다. 애경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성공해도 ‘승자의 저주’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아시아나항공의 최근 실적 부진은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 개선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또한 항공업황의 불황이 길어져 아시아나항공이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을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어렵게 되면 결국 이는 애경그룹이 감당해야 할 몫이 된다. 아시아나항공의 만기 도래 차입금은 2020년 6024억 원, 2021년 5044억 원 수준이다.
항공업황의 악화는 현재 애경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제주항공의 경영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제주항공은 2분기에 영업손실 274억 원을 내며 20분기 연속 흑자 달성에 실패했다.
일각에서는 애경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에어부산이나 에어서울만 인수하는 ‘분리매각’ 방식으로 인수합병이 이뤄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애경그룹이 에어부산이나 에어서울을 따로 인수하기에는 인수에 따른 매력이 그리 크지 않다.
제주항공은 현재 보잉 B737-800 항공기 단일 기종으로 기단을 운영하고 있다. 단일 기종 운영은 정비, 승무원 교육 등에서 높은 효율을 낼 수 있게 도와준다. 제주항공이 2020년부터 들여오기로 돼 있는 B737-MAX8 항공기 역시 B737-800과 조종, 정비 인력의 호환이 가능하다.
하지만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은 에어버스의 항공기인 A320, A321 등의 기종을 운항하고 있다. 항공기 제조사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인력 운용 측면에서 비효율이 발생하기 쉽다.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은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기 정비 인프라를 이용해 항공기를 정비하고 있는데 분리매각 방식으로 매각된다면 이마저도 여의치 않게 된다.
항공사의 한 관계자는 “애경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떼어내고 에어부산이나 에어서울을 인수하기에는 제주항공과 낼 수 있는 시너지가 마땅치 않다”며 “애경그룹으로서는 에어부산이나 에어서울보다 운수권, 정비 인프라 등을 갖추고 있는 대형항공사(FSC)인 아시아나항공이 훨씩 매력적 매물일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