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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LG화학, 배터리 갈등을 벼랑 끝에서 대화로 해결할까

석현혜 기자 shh@businesspost.co.kr 2019-08-30 18:3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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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이 전기차 배터리 소송을 놓고 대화로 해결할 수 있을까?

두 회사는 겉으로는 법적 소송전으로 확전을 피하지 않고 있다.
 
SK이노베이션 LG화학, 배터리 갈등을 벼랑 끝에서 대화로 해결할까
▲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총괄사장.

그러나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은 계속 대화의 손을 내밀고 있고 LG화학은 이 손을 잡을까 주저하고 있다.

정부는 일본과 무역분쟁 속에서 배터리산업의 국산화도 중요하다고 보는데 두 회사의 갈등은 탐탁치 않은 일일 수밖에 없어 정부의 압력이 앞으로 갈등 해결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30일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과 LG화학의 미국 법인인 LG화학미시간, LG전자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특허를 침해한 혐의로 미국 연방법원과 국제무역위원회에 제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30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LG화학이 4월 말 소송을 제기한 후로 피소 4개월여 만에 LG의 특허침해에 강경 대응하기로 선회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SK이노베이션의 '반격'이 LG화학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목적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바라본다.

특허침해 관련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LG화학도 피해를 입을 수 있음을 보여줘 협상의 여지를 더욱 넓히려고 한다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입장문의 말미에 “지금이라도 대화와 협력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 생산적”이라며 “언제든 대화의 문은 항상 열고 있다”고 밝혔다.

LG화학은 여전히 강경하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특허침해 제소 절차를 진행중이라고 발표한 날 즉각 공식 입장문을 내고 “경쟁사에서 잘못을 인정해서 진정성 있는 사과 및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이에 따른 보상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할 의사가 있다면 언제든지 대화에 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LG화학은 올해 4월 소송이후 처음으로 공식 입장문에서 ‘대화’를 꺼냈지만 입장문 내용을 뜯어보면 대화에 무게가 실렸다고 보기는 어렵다.

LG화학이 입장문에서 밝힌 요구를 SK이노베이션이 수용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이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이 잘못을 인정하게 되면 주요 고객사 확보 등 사업 추진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발 더 나아가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의 제소 추진이 국면전환용으로 규정하면서 강한 유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LG화학은 입장문에서 “지금까지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공식적이고 직접적인 대화 제의를 받아본 적이 없다”며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 관련 절차가 진행 중인 가운데 경쟁사에서 소송에 대한 불안감 및 국면 전환을 노리고 불필요한 특허침해 제소를 한 것과 관련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진행 중인 국제무역위원회(ICT)의 조사에 대응해 자료 제출도 성실하게 임하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LG화학이 '대화'를 꺼낸 것만으로 의미가 적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대화를 통한 해결 가능성을 처음으로 열어놓았다는 것이다.

이런 LG화학의 태도는 정부와 여론을 다분히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기차 배터리산업은 ‘제2의 반도체’로 불릴 정도로 성장 잠재력이 커 국가 차원의 성장동력으로 꼽히고 있다. 2025년에는 반도체산업의 규모를 넘어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일본의 수출규제가 배터리산업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기에 업계 안팎에서는 ‘국내 기업들끼리 뭉쳐서 대응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정부에서도 두 회사의 다툼이 장기화되는 상황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배터리시장이 과점에 도달하면서 기술력 위주로 뛰어난 선두업체들을 중심으로 정리되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이 진흙탕 소송으로 서로 발목을 잡는 것이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두 회사가 머지않아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도 소송이 끝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고 LG화학도 끝까지 가기 보다는 적정한 선에서 보상을 받고 합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 업체의 갈등에 고객사나 정부가 개입할 여지도 있다.

이 관계자는 “폴크스바겐 같은 고객사들 입장에서는 공급체인이 무너지면 안되기 때문에 두 회사를 중재하는 데 나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 정부 차원에서도 대기업들의 싸움에 한국 배터리 산업의 미래가 걸려있기에 중재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LG화학을 상대로 한 미국법원에서 특허소송과 관련해 “정해진 절차가 있고 그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 관계자는 “공식 입장문 외에 달리 할 말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비즈니스포스트 석현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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