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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배우 차승원씨, 요리연구가 맹기용씨. |
‘백주부의 고급진 레시피’ ‘삼시세끼’ ‘냉장고를 부탁해'.
요리는 이제 엔터테인먼트다.
요리에서 스타가 탄생하고 스타가 요리를 만든다.
요리프로그램이 공중파와 케이블TV 할 것 없이 채널을 점령하고 있다. '쿡방'(cook과 방송의 합성어) 열풍이 거세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현대인들의 고달픈 삶을 대변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공중파와 지상파에서 방송되는 요리 관련 프로그램만 26일 현재 모두 10여 개에 이른다.
요리연구가이자 외식업체 더본코리아 대표인 백종원씨와 배우 차승원씨는 요리를 통해 스타로 부상했다.
백 대표는 최근 MBC와 TVN 요리프로그램에 고정출연하면서 ‘백주부’라는 확실한 캐릭터로 거듭났다. 배우 차승원씨도 TVN 삼시세끼에 출연해 발군의 요리실력을 선보인 뒤 전성기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방송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중파 방송 기준으로 요리프로그램의 순간 시청률이 10%를 넘기기도 한다”며 “방송가에서 이른바 황금시간으로 불리는 저녁 8시부터 10시까지 요리관련 프로그램들을 주력 콘텐츠로 내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 요리, 엔터테인먼트의 주류로 부상
요리방송은 과거와 사뭇 다르다. 방송에 출연하는 요리사들은 과거처럼 전문가라는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한 요리연구가 맹기용씨는 서툴고 당황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준다.
요리법(레시피)도 주변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이용해 최대한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맛을 위해 건강에 좋지 않은 설탕을 들이붓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한 전문가는 “요리가 엔터테인먼트라는 날개옷을 입었다”고 진단했다.
이 전문가는 “방송사 입장에서 요리만큼 접근하기 쉬운 소재도 드물다”며 “과거 요리가 주가 됐지만 최근 요리를 소재로 예능에 가까운 재미를 주는데 더 주안점을 두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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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TBC '냉장고를 부탁해'의 방송화면. |
이런 현상을 놓고 일상이 바쁘기만 한 현대인들에게 ‘집밥’에 대한 향수를 TV가 대신 풀어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MBC 프로그램 ‘마이리틀 텔레비전’은 출연자가 방송하면서 시청자들과 실시간으로 채팅을 즐길 수 있는 독특한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간단한 요리법이나 1인분 요리에 대한 질문이 끊이지 않고 올라온다.
JTBC의 '냉장고를 부탁해'도 냉장고 속의 흔한 재료로 요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방송의 주된 내용이다.
CJE&M의 한 관계자는 “과거 요리 프로그램의 주요 시청층은 주부였지만 지금은 1인가구 등 젊은층들을 주요 타겟으로 삼고 있다”며 “방송사들이 좀 더 쉬운 요리, 간편한 요리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 TV에서 분 요리열풍, 일상도 바꾸나
요리방송은 사람들의 식문화도 바꿔놓고 있다.
중동호흡기질환(메르스) 여파로 유통업체들의 매출이 타격을 받고 있지만 유독 조리도구와 조미료, 소스 등 요리 관련 제품들의 판매는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마트의 경우 6월16일 기준으로 조리용품 매출이 지난해보다 5.7% 증가했다. 집에서 직접 요리를 해먹는 소비자가 늘었다는 뜻이다.
롯데마트도 같은 기간 중국식 소스와 파스타 소스의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65.2%와 25.6% 증가했다. 수입 향신료 판매량도 같은 기간 670.3%나 급증했다.
온라인 오픈마켓도 마찬가지다.
G마켓은 6월15일 기준으로 파스타 소스와 중식요리 소스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282%와 173%나 증가했다.
이런 재료들은 요리방송에 출연한 요리사들이 주로 사용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식당 매출은 꾸준히 줄고 있고 요리 관련 상품의 매출은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TV 요리 프로그램의 인기와 메르스 확산이 맞물렸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요리 프로그램의 인기가 식지 않는 한 이런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서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