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해외부동산 투자에서 미래에셋그룹의 존재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그룹의 인지도가 높아지는 만큼 해외부동산 투자에 고삐를 죄기 위해 미래에셋대우의 자기자본을 불리는 데 더욱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컨소시엄은 중국 안방보험이 미국 호텔 15곳을 통매각하는 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계약 체결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거래는 박 회장이 직접 나서 모든 과정을 총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르면 9월 초 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추정된다.
미래에셋컨소시엄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조성한 펀드에 미래에셋대우를 비롯한 다수의 투자자들이 참여하는 형태로 꾸려졌다.
안방보험이 내놓은 호텔 15곳에는 뉴욕 JW메리어트 에식스하우스 호텔, 로우스 산타모니카비치 호텔, 와이오밍 잭슨홀의 포시즌스 호텔, 샌프란시크코 웨스틴세인트프란시스 호텔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호텔들이 포함돼 있다.
인수가격은 약 7조 원으로 전해진다. 계약이 체결되면 미래에셋그룹은 국내 금융그룹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해외부동산 투자를 하게 되는 셈이다.
박 회장은 이번 입찰에 수십 곳의 글로벌 금융투자회사가 참여한 가운데 미래에셋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점에서 이번 성과가 더욱 뜻 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입찰에는 캐나다 브룩필드자산운용, 일본 포리스트인베스트먼트, 싱가포르 국부펀드 GIC(싱가포르투자청) 등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 회장은 호텔, 리조트 등을 인수하는 데 꾸준히 관심을 보이며 해외부동산 투자에서 ‘미래에셋그룹'의 존재감을 키워 왔다.
미래에셋그룹은 앞서 호주 시드니 포시즌스호텔, 미국 하와이 페어몬트오키드 호텔, 미국 샌프란시스코 페어몬트호텔 등 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호텔을 인수해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이 호텔들은 인수했을 때보다 가격이 훨씬 높아진 데다 연 8%가량의 배당수익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 결과 미래에셋그룹은 국내 금융투자회사 가운데 해외부동산 투자에서 앞서가고 있는 것은 물론 글로벌 금융투자회사들과 경쟁하는 수준에 이른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미래에셋그룹의 인지도와 투자 역량이 강화되는 속도와 비교해 미래에셋대우의 자기자본이 늘어나는 속도는 다소 더딘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대우는 상반기에만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랜드마크 조성사업, 홍콩 오피스빌딩 등에 투자하고 1조 원 규모의 프랑스 파리 마중가타워, 아마존 물류센터 등을 인수하며 굵직한 해외부동산 투자를 이어나가고 있다.
반면 미래에셋대우의 자기자본은 2018년 말 8조3524억 원에서 2019년 6월 말 8조7879억 원으로 4355억 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미국 호텔 15곳을 인수하는 계약이 마무리되면 미래에셋대우의 순자본비율(새 NCR)도 급락할 것으로 추정된다.
순자본비율은 유동성 자기자본(영업용 순자본)에서 총위험액을 뺀 금액을 필요유지 자기자본으로 나눈 비율이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그룹의 인지도가 높아지는 만큼 해외부동산 투자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기 위해 미래에셋대우의 자기자본을 늘리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대우가 글로벌 금융투자회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자기자본이 적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미래에셋대우가 2020년 말까지 자기자본을 10조 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세워둔 만큼 박 회장은 미래에셋대우의 몸집을 불리는 데 당분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