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이 파생결합증권(DLS) 사태 수습을 놓고 고심이 깊은 것으로 보인다.
손 회장은 22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포용적금융 생태계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식 내내 굳은 표정을 보였다.
▲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이 22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포용적금융 생태계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식장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
업무협약식이 끝나고 진행된 기념촬영에서도 손 회장의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손 회장이 평소 옅은 미소를 띤 온화한 표정으로 기념촬영을 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여겨진다.
손 회장은 행사가 끝난 뒤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묵묵부답인 채 곧바로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그가 평소 인수합병 등 민감한 질문에도 짧은 답변을 해왔다는 점을 살피면 파생결합증권 사태를 매우 무겁게 여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손 회장은 25일 이후로 잡혀있던 북미 기업설명회 일정을 미루는 것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주가 부양에 효과적인 해외 기업설명회 연기를 고려할 만큼 파생결합증권 사태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손 회장은 파생결합증권 사태 해결을 위한 태스크포스에도 더욱 힘을 싣고 있다.
손 회장은 정채봉 우리은행 영업부문장이 이끌고 있는 태스크포스에 최근 신명혁 우리은행 중소기업그룹장을 증원했다.
70여 명 규모로 꾸린 태스크포스를 위해 본점 근처에 있는 우리은행 서울연수원에 별도 사무공간도 마련했다.
정종숙 우리은행 자산관리(WM)그룹장도 본점 대신 이곳으로 출근하게 해 영업점의 고객상담 등을 지원하도록 했다.
금융감독원의 우리은행 검사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파생결합증권 판매를 두고 우리은행만 잘못이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손 회장의 최근 행보와 태도는 검사결과와 무관하게 은행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는 점을 드러내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최고경영자인 손 회장뿐만 아니라 직원들 사이에서도 파생결합증권 사태에 관해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은행 본점의 한 직원은 “우리은행 신뢰도를 지키기 위해 직원들이 돈을 모아 피해를 일부나마 보상하자는 글도 사내게시판에 올라왔다”며 “자본시장법 위반 등으로 현실화될 수 없겠지만 그만큼 이번 사태를 직원들도 책임감있게 바라본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손 회장은 역대 최대실적, 지주사 출범 등으로 승승장구해왔는데 이번 파생결합증권 사태로 상당한 위기를 맞았다.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손 회장의 굳은 표정이 사태 해결을 향한 의지의 표현이 될 수 있을 지는 금감원의 특별검사 결과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23일부터 우리은행을 대상으로 파생결합증권 관련 특별검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