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 전북 전주시 효성첨단소재㈜ 전주공장에서 열린 탄소섬유 신규투자 협약식이 끝난 뒤 공장을 방문, 조현준 효성 회장(왼쪽)의 설명을 들으며 탄소섬유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이 탄소섬유 산업 육성의지를 보였지만 탄소섬유기업이 수요처를 확보하고 탄소섬유 산업 생태계가 구축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정부의 컨트롤타워 역할이 더 강화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21일 시장 조사기관과 소재부품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탄소섬유 공급처와 수요처를 연결하는 일이 녹록치 않아 탄소섬유산업 생태계 개선을 위한 정부의 일관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탄소섬유는 철과 비교해 무게는 4분의 1이지만 10배의 강도와 7배의 탄성을 지닌 물질로 철이 사용되는 모든 산업에 적용될 수 있는 신소재로 각광받고 있지만 한국은 일본과 독일 등 탄소섬유 산업에 앞선 나라들보다 기술력이 뒤처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탄소섬유는 일본이 수출규제 조치로 무기화할 수 있는 소재로도 꼽힌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정부는 국내 탄소섬유산업을 육성해 소재 자립화에 나서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20일 탄소섬유 제조기업 효성첨단소재를 방문해 탄소섬유 수요기업과 공급기업의 상생을 유도해 탄소섬유 산업생태계를 개선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탄소섬유 수요기업이 효성첨단소재 등 국내 탄소섬유 제조기업과 연구개발 등을 공동으로 진행하도록 유도하고 탄소섬유 산업생태계 육성을 위한 정책적 지원도 강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국산 탄소섬유를 채용하기 위해서는 최종 수요기업의 승인과 기술 테스트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국내 탄소섬유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탄소섬유 생태계는 가장 기초 소재인 탄소섬유 제조기업부터 가공소재기업, 부품기업, 최종 수요기업 등으로 이뤄져 있다. 최종 수요기업이 탄소섬유 제조기업을 처음부터 지정하면 중간단계 기업들은 최종 수요기업의 주문에 따라 공정을 진행한다.
중간 단계의 가공소재, 부품 기업들이 공급처를 단독으로 바꾸기는 쉽지 않은 셈이다. 설령 공급처를 바꾼다 하더라도 탄소섬유 제품마다 물성과 품질이 다르기 때문에 장기간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탄소섬유 수요기업의 한 관계자는 “탄소섬유 공급처를 바꾸려면 적어도 6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정부가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탄소섬유 생태계 조성을 위해선 더 치밀한 전략과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장 조사기관 INIR&C가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 연구개발 과제에서 탄소섬유기업들과 수요기업들이 함께 개발성과를 냈지만 과제가 끝난 뒤 수요기업들이 과제에 동참한 국내 탄소섬유기업 제품을 채용하지 않고 외국 기업 제품을 구매한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파악된다.
지영승 INIR&C 상무는 “한국의 탄소섬유 소재 기술력은 일본, 미국, 독일 등과 비교해 크게 뒤떨어져 있어 중앙정부 중심의 컨트롤타워를 통해 집중적으로 산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가 종합적으로 전문성을 갖춰 일관된 정책지원을 추진해 탄소섬유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INIR&C가 국가별 탄소섬유 분야 경쟁력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한국의 종합점수는 75점으로 일본(97), 독일(89), 미국(89)과 비교해 크게 뒤진 것으로 평가됐다.
반면 한국보다 하위인 중국(72)과는 큰 차이가 없어 가격 경쟁력에서 한국을 앞서는 중국 탄소섬유기업들의 저가공세에 직면할 수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