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2017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 정치인들에게 바른 역사 인식을 촉구하면서도 두 나라의 협력관계 역시 강조했다. 2018년에는 일본을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2019년 광복절 경축사에는 일본을 향한 메시지의 비중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문 대통령도 광복절 경축사를 놓고 노영민 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 주요 참모진과 논의를 거쳐 최종안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이 최근 내놓은 말을 살펴보면 광복절 경축사에는 일본에 단호한 태도를 지키면서도 외교적 해결의 여지를 남기는 수준으로 메시지 수위를 조절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문 대통령은 8월 초 일본이 화이트리스트(무역심사 우대국)에서 한국 제외를 확정하자 “우리는 일본에 다시는 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일본에 강경한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나 광복절이 가까워진 12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는 “일본의 경제 보복을 향한 우리의 대응은 감정적이어선 안 된다”고 짚었다.
13일 독립유공자와 후손을 만났을 때도 “정부는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우리 기업과 국민의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하면서 외교적 해결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 어떤 내용을 담느냐에 따라 한국과 일본의 대화 물꼬가 트일 가능성도 점쳐진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최근 수출규제 품목인 포토레지스트의 한국 수출 1건을 허용하면서 한국을 향한 무역보복의 속도를 조절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본 내부에서도 한국과 무역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걱정하는 여론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일본의 한 대기업 간부는 “판매실적에 단기적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한국 소비자의) 불매운동이 상당히 지독하다”고 말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14일 전했다.
일본 정부는 한국이 한일 군사정보 보호협정(GSOMIA) 연장을 거부할 가능성도 경계하고 있다. 이 협정은 한국과 일본이 2급 이하의 군사 기밀을 서로 공유하는 내용으로 '한국-미국-일본'의 안보 협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평가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일본의 한국을 향한 수출규제는 경제뿐 아니라 정치·안보와도 밀접하게 연관된 사안”이라며 “일본 정부도 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주시하면서 한일 무역갈등의 향후 대응방안을 살피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도 5일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니카이 도시히로 일본 자민당 간사장과 통화에서 만나자고 했더니 (그쪽에서) 8월15일 이후를 이야기했다”며 “이를 보면 일본에서도 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굉장히 주시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