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리콜 사태로 위기에 처한 GM이 막대한 비용 부담을 한국GM에 떠넘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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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리 바라 GM 사장 |
한국GM은 GM 본사가 지난해 초 포괄업무지원비로 8100만 달러(859억 원)를 청구했다고 15일 밝혔다. 본사가 청구한 포괄업무지원비에 재무 자금 회계 세무 내부감사 비용과 함께 해킹방지 비용도 포함됐다.
본사는 한국GM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자회사에 비용을 청구했으며 이는 내부 거래에 대한 회계처리 투명성을 개선하기 위해 2012년 말부터 논의된 사항이라고 한국GM은 설명했다.
한국GM은 본사로부터 비용 청구 폭탄을 맞아 곤혹스러운 상황이 됐다. 이전까지 무료로 제공받던 지원에 대해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것도 부담스러운데 본사와 구체적 청구금액에 대한 사전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비용이 청구됐기 때문이다.
GM이 경영정상화 과정에 들어간 막대한 비용을 자회사에 무리하게 떠넘기려고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GM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법정관리에 들어가 지난해 말 미국 재무부가 보유한 GM 주식 3110만 주를 12억 달러에 사들이면서 구제금융을 졸업했다.
한국GM은 본사가 일방적으로 과도한 비용을 청구했음에도 불구하고 본사의 요구를 들어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본사가 GM이 공용으로 사용하는 물자에 대해서 모든 자회사들이 비용을 분담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GM은 “GM 본사는 전세계 모든 자회사에 업무지원에 대해 적정한 지분부담을 요청했다”며 “향후 후속 협의결과에 따라 청구금액 전부나 일부를 지급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한국GM은 지난달에도 본사로부터 막대한 비용 부담을 떠넘겨 받았다.
본사는 지난해 12월 유럽 서부와 중부지역에서 쉐보레 브랜드를 2015년 말까지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이어 지난달 철수비용 6644억 원 중 절반에 이르는 2961억 원을 한국GM이 분담하도록 했다.
한국GM이 유럽 판매법인 전부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유럽 판매법인의 손실액과 딜러의 매출할인 비용 지원금, 재고자산 평가 손실액 등을 전부 분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국GM은 쉐보레 브랜드 철수에 따른 비용을 지난해 회계에 반영했다.
GM이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자회사에 전사적 차원에서 발생한 비용을 분담하게 하는 것은 경영정상화에 들어간 비용을 나눠지려는 목적도 있지만 최악의 리콜 사태를 맞이한 상황과도 무관치 않다.
GM은 점화장치 불량에 이어 시동 잠금장치 결함이 발견되면서 올 들어 모두 630여만 대를 리콜했다. 이 때문에 올해 1분기 리콜 예상 비용은 13억 달러에 육박했다. 2009년 법정관리에 들어간 이후 처음으로 분기 순손실까지 예상되면서 GM은 위기에 처했다.
한국GM이 공조 차원에서 본사의 부담을 나눠 질 수도 있지만 한국GM 상황도 여의치 않다는 게 문제다.
한국GM은 지난해 매출 15조6039억 원, 영업이익 1조864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영업이익은 2012년 영업손실 3402억 원을 기록한 데서 흑자로 반전한 것이다. 문제는 장사를 잘 해 흑자전환을 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 말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결로 최근 3년치 급여 미지급분을 지급해야 될 가능성이 낮아지자 장기미지급 비용 명목으로 쌓아둔 7890억 원을 영업이익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한국GM은 장기미지급 비용을 제외하면 영업이익은 사실상 감소한 것인데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유럽에서 쉐보레 브랜드 철수로 한국GM은 물량 감소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GM이 유럽에 수출하는 쉐보레 물량은 2012년 기준 18만 대에 이르는데 이 물량이 그대로 빠지기 때문이다. 그 징후는 이미 감지되고 있다. 한국GM은 지난달 수출물량이 25.4% 감소했다. 2015년 말까지 단계적 철수가 진행되지만 벌써부터 추가주문이 들어오지 않는 탓이다.
한국GM은 사업규모가 대폭 축소되면서 그 여파도 상당하다.
한국GM은 쉐보레 브랜드 철수로 생산 물량이 감소하자 희망퇴직을 통한 인원감축에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결과 연구개발 인력 등 194명이 회사를 떠났다.
연구개발 인력의 대거 유출로 신차개발 부재현상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신차개발은 완성차기업을 이끌어나가는 동력인 만큼 한국GM의 신차개발 부재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한국GM 철수설이 다시 고개를 들 수 밖에 없다.
본사가 한국GM에 부담만 떠넘기면서 한국GM에 약속한 투자 계획을 이행하지 않는 것도 한국GM 철수설을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본사는 지난해 연구개발, 디자인센터 설립, 시험설비 강화, 생산제조 기반투자, 부품개선, 신차출시 등에 5년간 8조원을 한국GM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현재 통상임금 문제 때문에 투자계획을 재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