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규 회장이 이끄는 보광그룹의 전자계열사들이 흔들리고 있다.
홍 회장은 보광그룹에서 반도체 소재에서 전자기기 수탁생산(EMS)까지 전자부문에서 수직계열화를 구축했으나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 대처하지 못해 전자계열사들이 모두 위기에 처하는 상황을 맞이했다.
◆ 보광 전자계열사 줄줄이 위기
STS반도체 주가는 19일 전일 대비 0.88% 떨어진 2260원에 장을 마쳤다. STS반도체 주가는 10거래일 연속으로 하락했다. 주가는 5580원에서 2260원으로 60%가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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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석규 보광 회장. |
STS반도체는 가격제한폭 확대 이후 처음으로 하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STS반도체는 17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STS반도체는 지난해 흑자를 내는 등 경영에 큰 무리가 없었으나 계열사들이 자본잠식에 빠져 유동성 위기에 몰렸다.
STS반도체가 536억 원 규모의 지급보증을 서 준 비케이이엔티는 완전자본잠식으로 수원지방법원에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STS반도체는 비케이이엔티 지분 48.5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또 STS반도체가 지분 37.81%를 보유한 코아로직 역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STS반도체는 코아로직에도 120억 원의 지급보증을 했다.
코아로직은 자본잠식 상태는 아니지만 몇 년 동안 적자가 계속됐다. 코아로직은 지난해 매출 313억 원에 순손실 121억 원으로 부진한 경영실적을 냈다. 이에 따라 법정관리를 통한 경영정상화를 도모하게 됐다.
◆ 스마트폰으로 급격한 변화에 실적악화
STS반도체는 반도체 후공정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삼성전자 등 반도체회사가 하는 전공정에서 반도체 원판(웨이퍼)을 생산하면 이를 절단하고 연결해 덮개를 씌우는 과정이 후공정이다. STS반도체는 2005년부터 2011년까지 매출이 평균 24.7%씩 성장하면서 승승장구했다.
홍석규 회장은 코아로직에서 모바일 프로세서를 생산하고 휘닉스소재에서 디스플레이소재를 생산하는 등 전자사업을 확대했다.
홍 회장은 여기에 LCD 모듈을 생산하던 비케이이엔티에서 완제품 수탁생산까지 추진해 전자사업의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하지만 휴대폰이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바뀌면서 코아로직 주력제품의 수요가 급감했다. 코아로직은 매출이 2006년만 해도 1900억 원을 돌파했으나 300억 원대로 쪼그라들었다.
또 비케이이엔티가 생산하던 LCD모듈도 OLED로 대체되며 비케이이엔티 매출도 2010년 5천억 원에서 지난해 2천억 원으로 줄었다.
게다가 보광그룹 전자사업의 핵심계열사인 STS반도체도 삼성전자가 반도체 후공정 외주물량을 줄이고 자체생산을 늘려가면서 2013년 영업손실 132억 원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STS반도체는 지난해 삼성전자 외에 마이크론 물량을 늘리는 등 의존도를 낮추며 다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자회사 부실사태를 막지 못했다.
◆ 보광 전자계열사 위기 그룹으로 확산될까
보광그룹은 1983년 홍진기 전 중앙일보 회장이 설립한 TV부품회사에서 출발했다. 현재는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을 제외한 세 아들이 물려받아 경영하고 있다.
보광그룹에서 상장사는 전자계열사인 STS반도체, 코아로직, 휘닉스소재 세 곳에다 지난해 상장한 BGF리테일까지 모두 네 곳이다.
보광그룹은 홍석조 BGF리테일 회장이 이끄는 BGF계열과 홍석규 보광 회장이 경영하는 보광계열로 나뉘어져 사실상 독립경영하고 있다. 홍석준 보광창업투자 회장도 금융부분을 독립해 경영하고 있다.
이 때문에 보광그룹 전자 계열사의 위기가 보광그룹 전체로 확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홍석조 회장과 홍석준 회장이 홍석규 회장에 대한 지원에 나설 가능성은 열려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