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19-08-07 15: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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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이 일본의 수출규제 전략물자에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할 때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소모품도 포함되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사업의 비중이 높은 만큼 사태가 장기화되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 사장.
7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일본의 수출규제 전략물자에 ‘바이러스 필터’가 포함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의 바이오의약품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바이러스 필터는 바이오의약품을 제조할 때 바이러스 등 불순물을 걸러주는 핵심 소재 가운데 하나다.
국내 최대 바이오의약품 생산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은 바이러스 필터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곳으로 꼽힌다.
바이러스 필터는 제품의 생산과 승인과정에 표시될 만큼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할 때 중요한 소모품이다.
일본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에서 바이러스 필터를 생산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상용화에 성공한 곳이 없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은 현재 일본 아사히에서 바이러스 필터 ‘플라노바’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면서 바이러스 필터도 앞으로 개별허가를 받아 수출심사가 더 엄격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버이오업계에서는 그동안 수입해온 제품이 포괄허가가 아닌 개별허가를 받게 되면 현재 2~3주 정도 걸리는 공급기간이 3개월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바이오산업은 특성상 속도가 생명인데 개별허가를 받으면 우리 기업에 서류작업절차 등 이중고가 생겨난다”며 “이번 수출규제가 바이오산업 발전에 찬물을 끼얹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은 이미 일정 물량의 바이러스 필터를 확보하고 있어 당장 바이오의약품 생산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일본산 바이러스 필터의 재고 물량을 1년 치는 확보한 상태”라며 “내부적으로 필터를 일본산에서 다른 제품으로 교체하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바이러스 필터는 일본 아사히 외에도 독일의 싸토리우스, 머크 등도 생산한다.
하지만 바이러스 필터를 바로 다른 제품으로 대체하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인체에 투약하는 바이오의약품의 제조에 쓰이는 소재인 만큼 바이오의약품 품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같은 위탁생산 업체는 바이러스 필터를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
계약상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을 맡긴 고객이 원하는 부품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바이로직스도 셀트리온처럼 일본산 바이러스 필터를 일정량 확보하고 있지만 일본의 조치가 장기화되면 바이오의약품 생산에 차질이 생길 공산이 크다.
이 때문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부품 확보에 문제가 생겨 고객사가 맡긴 바이오의약품을 정상적으로 납품하지 못하면 향후 수주를 확대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의약품 생산을 맡긴 고객사와 협의를 통해 일본산 바이러스 필터를 유럽산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기존 계약을 변경하는 것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제조공정을 바꾸려면 새로 인증을 받는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제조공정에 쓰이는 소재를 바꾸려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나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새로 우수의약품제조관리기준(GMP) 인증을 받아야 한다”며 “단기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지만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플랜B’를 검토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