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9년 8월6일 충남 천안사업장의 반도체 패키지공장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업전략을 전면에서 진두지휘하며 주요 사업장을 직접 방문해 점검하는 현장경영 행보를 확대하고 있다.
일본 수출규제 등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이 부회장이 직접 사업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며 삼성의 총수로 정체성을 더 뚜렷하게 보이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6일 충남 온양사업장과 천안사업장을 찾아 현장을 둘러보는 모습을 담은 사진 여러 장을 공개했다.
이 부회장이 방진복을 입고 삼성전자 사장단과 천안사업장의 반도체 패키징공장 내부를 둘러보는 모습도 담겨있다.
삼성전자가 이 부회장의 행보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사진을 공개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여겨진다. 일본의 보복성 수출규제로 위기감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현장경영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과거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방진복을 입고 반도체공장 내부에 들어가 점검하는 사진을 공개한 적이 있다.
이 부회장도 선대회장들과 마찬가지로 삼성 총수로서 최대 사업인 반도체를 현장에서 직접 챙기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 셈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업황 침체와 미국 중국 무역분쟁, 일본의 반도체소재 수출규제 등 대외적 악재가 거듭되면서 불안한 상황을 맞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사업현장에 등장하는 것은 총수로서 존재감과 리더십을 보이고 최전선에서 전략을 진두지휘하는 ‘야전사령관’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효과적 방법이 될 수 있다.
이 부회장이 그동안 경영자로서 안고 있던 이미지는 이런 모습과 다소 거리가 있었다.
로이터와 닛케이아시안리뷰 등 외국언론은 종종 이 부회장을 ‘귀족의 자손’ 또는 ‘삼성의 상속인’ 등으로 지칭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스스로의 역량으로 삼성의 경영권을 물려받기보다 오너일가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경영에 참여하게 되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표현으로 볼 수 있다.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 부회장에게 이런 인식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의 와병으로 갑작스레 경영을 총괄하게 됐고 박근혜 게이트로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논란까지 불거진 만큼 경영자와 총수로서 확고한 이미지를 세우는 일이 절실하다.
삼성전자가 반도체사업에서 위기를 맞는 상황은 이 부회장이 강력한 리더십을 보이고 귀공자의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 부회장이 최근 주요 경영진과 회의를 늘리고 삼성의 위기 대응전략을 적극적으로 주도하면서 현장경영 행보를 강화하고 는 점도 이와 무관치 않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와 계열사의 사업현장을 직접 여러 차례 방문했다.
▲ 삼성전자 반도체 웨이퍼를 살펴보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오른쪽).
이 부회장은 1월 삼성전자의 5G통신장비 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생산라인을 둘러봤고 2월에는 중국 메모리반도체공장 증설현장을 찾아 투자현황을 점검했다.
최근에는 삼성전기와 삼성엔지니어링 등 계열사 사업장도 방문해 현황을 보고받았고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사업 준공식에서는 시스템반도체사업 육성목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6일 충남 온양과 천안사업장을 방문한 데 이어 삼성전자 사장단과 순차적으로 전국 사업장을 돌아볼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이 지난해는 주로 해외사업장을, 올해는 국내사업장을 살펴보고 파악한 만큼 현장경영 행보를 충분히 마친 뒤 일본 수출규제 등에 대응할 사업전략을 더욱 구체화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현장경영 등 전략적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며 “주요 사업의 투자와 경쟁력 강화방안을 직접 챙길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