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은 1분기 연결기준으로 1조2298억 원 규모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 매각대금으로 6천억 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한다면 전체 자산의 절반가량을 단번에 늘리게 되는 셈이다.
금호산업은 1분기 기준 아시아나항공 지분의 장부가치를 2985억 원으로 잡아 놓고 있다. 1주당 4350원 꼴이다.
라진성 키움증권 연구원은 “아시아나항공 구주 매각대금은 금호산업에 현금으로 유입된다”며 “아시아나항공의 매각가격을 예단할 수 없지만 금호산업은 장부가인 3천억 원을 훌쩍 넘긴 현금을 확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호산업은 올해 들어 주택과 공공공사 등 주력사업에서 좋은 흐름을 보이며 실적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아시아나항공 매각대금으로 기대보다 많은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면 본사업 확대에 더욱 탄력이 붙을 수 있다.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 매각대금으로 애초 예상보다 1천억 원을 더 확보한다면 1분기 기준 보유하고 있는 단기 차입금 471억 원과 사채 354억 원을 모두 갚아버릴 수 있다.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 매각대금으로 얼마를 받느냐는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재기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이후 사실상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이끄는 계열사 역할을 맡는다.
금호산업은 전체 아시아나항공 매각대금 중에서 얼마를 확보할지를 놓고 잠재적 투자자와 줄다리기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자금으로 1조5천억~2조 원가량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잠재적 투자자의 인수자금 가운데 구주 인수자금은 금호산업으로 흘러 들어가지만 신주 인수자금은 아시아나항공으로 들어가 재무구조 개선과 항공기 구입 등 투자에 사용된다.
잠재적 투자자에게 신주 인수자금은 신규투자의 의미를 지니는 셈인데 잠재적 투자자는 전체 투자금이 제한된 상황에서 구주 인수보다 신주 인수에 더 많은 자금이 투입되기를 원할 수밖에 없다. 잠재적 투자자는 신주 발행규모를 최대한 늘리는 방식 등으로 신주 인수에 더 많은 돈을 투입할 수 있다.
▲ 서재환 금호산업 대표이사 사장.
채권단인 KDB산업은행 역시 잠재적 투자자에게 유리한 매각방식이 흥행 성공에 유리한 만큼 금호산업에게 예상보다 많은 돈이 돌아가는 것이 달갑지 않을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매각 이슈가 나오기 전인 3월 3천~4천 원대에 거래됐다. 잠재적 투자자가 현재 6천 원대인 주가에 이미 매각 기대감에 따른 프리미엄이 충분히 붙어 있다고 볼 수도 있는 셈이다.
본질가치 차원에서 아시아나항공 주가를 4천 원으로 가정하면 금호산업이 보유한 지분가치는 2748억 원으로 계산된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일부 붙어도 자칫 장부가 수준의 매각대금을 확보하는 데 그칠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 주가가 앞으로 매각 과정에서 크게 올라도 매각가격 산정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수도 있다.
매각가격은 주가뿐 아니라 기업의 미래가치, 재무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매겨진다. 주가는 하나의 기준점이 될 수는 있지만 절대적 기준은 될 수 없다.
금호산업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관련된 모든 의사결정은 금호산업이 매각주관사 등과 협의해 진행하고 있다”며 “이른 시일 안에 매각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