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허 카젬 한국GM 대표이사 사장이 노조의 파업 가능성에도 올해 임금협상을 놓고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카젬 사장은 구조조정 가능성까지 염두에 둬야할 정도로 회사 상황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어 노조의 임금 및 성과급 인상 요구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 카허 카젬 한국GM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임한택 전국금속노조 한국GM지부 지부장.
한국GM 노사는 23일 오후 2시부터 인천 부평공장 본관 2층 앙코르룸에서 올해 임금협상을 놓고 6차 교섭을 벌이고 있다.
한국GM 노조는 이날 교섭에 들어가기 앞서 회사가 24일 열리는 교섭에서도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파업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단체교섭을 벌인 지 2주 가까이 흘렀음에도 회사가 노조의 요구안에 손사래를 칠 뿐 접점을 찾으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노조가 파업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카젬 사장의 강경한 태도는 쉽사리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기본급 5.65% 정액 인상 △통상임금의 250% 규모 성과급 지급 △사기진작 격려금 650만원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2019년도 단체교섭 별도 요구’라는 별도안을 제시해 지난해 단체교섭에서 축소했던 복지혜택을 원래 수준으로 되돌릴 것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GM은 노조의 요구조건을 대부분 들어줄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노조가 23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교섭일지에 따르면 회사는 몇 차례 단체교섭에서 노조의 임금과 성과급 인상 요구에 ‘들어줄 수 없다’는 말만을 되풀이 하고 있다. 별도 요구안을 놓고도 ‘경쟁력 확보를 위해 수락하기 힘들다’는 태도를 고수했다. 게다가 회사쪽 입장을 담은 제시안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카젬 사장이 이처럼 강경한 태도를 이어가는 이유로 한국GM의 흑자전환을 위해서라는 시선이 있다.
카젬 사장은 2020년 9월 임기가 끝나는 만큼 올해가 경영자로서 성과를 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지난해 군산 공장 폐쇄로 적자폭을 상당히 줄인 만큼 올해를 흑자전환의 적기로 판단했을 수 있다.
올해 들어 판매 실적이 부진하다는 점도 카젬 사장이 임단협에서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려운 이유로 꼽힌다.
한국GM은 올해 잇따라 신차를 내놓고 공격적 할인정책을 펼치며 내수판매 회복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판매가 부진해 카젬 사장이 비용 절감을 위해 구조조정을 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GM은 올해 자동차를 내수에서 지난해보다 16.2% 감소한 3만5598대 판매했다. 6월에는 수입차인 메르세데스-벤츠보다 적은 판매량을 올렸다.
카젬 사장이 비용 절감을 위해 구조조정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을 정도로 흑자전환 의지가 강한 만큼 인력에 손을 대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임단협에서 물러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카젬 사장은 6월25일 인천 부평에 있는 GM디자인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어느 부서이든 효율성 기회를 활용해야 한다”며 구조조정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카젬 사장이 노조를 대하는 태도가 올해 임금협상에서 크게 달라졌다는 말이 나온다.
카젬 사장은 이제껏 단체교섭에 빼놓지 않고 참석하는 등 노조와 우호적 관계를 맺는 데 노력해왔는데 올해 임금협상에서는 이례적으로 최종 부사장에게 전권을 위임하고 휴가를 떠났다.
앞서 교섭장소를 놓고 한 달 넘게 버티며 결국 회사쪽 의견을 관철한 것을 두고 카젬 사장이 임금협상에서 기선을 제압한 만큼 강경한 태도로 노조를 밀어붙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노조가 파업 카드 확보에 상당 부분 근접해 있는 만큼 카젬 사장이 계속 강경한 태도만 고수하기 어려울 수 있다.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중지 결정만 받으면 곧바로 파업에 들어갈 수 있게끔 노조 찬반투표에서 과반수 찬성을 확보해 놓았다.
한국GM 노조가 23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교섭일지에서 노조는 “여름 휴가 전 23일과 24일 두 차례의 교섭이 남아 있다”며 “노동조합의 일괄제시 요구에 답이 없다면 투쟁의 체계로 국면을 전환해 휴가 이후 강력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