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신한금융지주에 따르면 신한금융그룹은 그동안 11월~12월에 회추위를 꾸려 롱리스트 및 숏리스트를 추린 뒤 1월에 회장 내정자를 뽑았다.
그 뒤 2월에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를 열어 계열사 사장 인사를 2~3월에 걸쳐 진행했다.
조 회장이 선임됐던 2017년의 사례를 보면 2016년 12월 회추위가 꾸려진 뒤 2017년 1월에 조 회장이 지주 회장 최종 후보자로 내정됐다.
조 회장이 당시 신한은행장으로 일하고 있었던 만큼 공석이 된 신한은행장 자리를 놓고 위성호 당시 신한카드 사장과 임영진 당시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이 경쟁을 벌였다.
위성호 전 행장이 신한은행장에 선임된 뒤 신한카드를 비롯한 계열사 사장 인사가 순차적으로 이뤄졌다.
이 때문에 앞으로 그룹을 꾸려나갈 회장 내정자의 의중도 계열사 사장단 인사에 상당부분 반영될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조 회장이 지난해 12월부터 계열사 사장단인사를 2개월가량 앞당겨 실시하기로 한 만큼 회추위 일정이 바뀌지 않으면 지주 회장 선임절차보다 계열사 사장단인사가 먼저 이뤄진다.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과 김영표 신한저축은행 사장, 유동욱 신한DS 사장, 김희송 신한대체투자 사장 등 계열사 사장들이 내년 3월에 임기가 끝나고 장동기 그룹 GMS사업부문장과 정운진 그룹 GIB사업부문장 등 그룹 사업부문장들의 임기가 올해 말에 끝난다.
지난해 계열사 사장단 및 지주 임원인사를 앞당겼던 핵심논리는 연초에 실시되는 본부장급 인사가 이뤄진 뒤에 계열사 및 지주 임원인사가 나는 ‘엇박자’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었다.
새로 임기를 시작하는 계열사 사장이 뜻대로 조직을 꾸리지 못한 채 업무를 봐야하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주 회장과 계열사 사장단인사의 순서 역시 같은 맥락으로 놓고 보면 회추위가 기존 일정보다 앞당겨져야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회추위 일정을 계열사 사장단인사에 맞춰 앞당기는 방안은 신한금융 내부적으로도 논의된 바 있으나 별다른 결론을 내리지 않은 채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이 ‘신한은행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회추위 일정을 변경하면 각종 잡음이 불거질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의 1심 재판결과는 이르면 올해 10~11월, 늦어도 내년 초에는 나올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자칫 조 회장에게 유리하도록 재판결과가 나오기 전에 회추위를 시작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살 수도 있다.
다만 회추위 일정을 앞당기지 않더라도 계열사 사장 가운데 지주 회장에 도전하려는 사람은 계열사 사장에서 물러나 '현직 프리미엄'을 떼고 도전해야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어서 뒷말이 나오기는 마찬가지일 수 있다.
‘현직 프리미엄’이 지주 회장을 향한 도전에서 상당한 이점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 회장이 잠재적 도전자들을 ‘예방’하는 모양새로 비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지주 회추위는 박철, 이만우, 히라카와 유키, 필립 에이브릴, 김화남, 변양호, 성재호 등 사외이사 7명으로 꾸려졌다. 조 회장은 올해 초부터 회추위에 현직 회장이 참여하지 않도록 제도를 바꿨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금융은 지주 회장 선임절차와 사외이사 선발 과정 등에 현직 회장이 참여하지 않도록 하는 등 인사와 관련해 불필요한 논란에 휘말리는 것을 경계해왔다”며 “이번 회추위 일정을 놓고도 잡음이 최소화될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