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이 ‘해운업 재건’을 이끌 2만3천 TEU급의 초대형 선박을 유럽 노선에 ‘올인’ 하려는 이유는 뭘까?
8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이 2020년 2분기 건네받는 2만3천 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12척을 모두 투입하려고 계획하고 있는 유럽 노선은 현재 물동량이 많을 뿐 아니라 성장성도 높은 노선이다.
▲ 배재훈 현대상선 대표이사 사장.
해운전문분석기관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동아시아~유럽 노선의 물동량은 6월 기준 1주일에 43만5310TEU다. 동아시아 출발 노선 가운데 가장 물동량이 많은 동아시아~미주 노선의 물동량인 46만601TEU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유럽 노선의 물동량 성장성 역시 높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럽 노선은 전통적으로 매우 물동량이 많은 노선"이라며 "유럽의 경기 침체 등 영향으로 성장이 잠시 주춤했지만 최근 다시 반등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진행되고 있는 미·중 무역분쟁과 관련해 중국의 수출 경로가 유럽 지역으로 집중되면서 물동량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이처럼 성장성이 높은 아시아~유럽 노선은 해운동맹 2M과 오션얼라이언스가 대부분 점유하고 있다.
알파라이너의 2019년 6월 모니터 자료에 따르면 아시아~유럽 노선에서 2M과 오션얼라이언스는 각각 37%의 물동량을 점유하고 있다. 현대상선이 2020년부터 회원사로 활동하게 될 해운동맹 디얼라이언스는 아시아~유럽 물동량의 약 25%를 점유하고 있다.
특히 2M은 머스크와 MSC 모두 유럽 선사인만큼 유럽 항로를 주력 노선으로 삼고 2만TEU급 이상의 초대형 컨테이너선박들을 유럽항로에 배치하고 있다.
초대형 선박이 없는 선사는 사실상 이 노선에서 2M과 경쟁하기 힘든 상황에 놓여있다. MSC는 최근 삼성중공업으로부터 건네받은 2만3천 TEU급 신조 컨테이너선박을 아시아~유럽 항로에 투입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현대상선이 2020년 건네받을 12척의 초대형 컨테이너선박을 모두 유럽노선에 투입하려는 이유다.
현재 현대상선이 유럽 노선에서 운영하고 있는 선복량은 약 2만 TEU다. 2020년부터 현대상선이 투입할 컨테이너선은 한 척이 2만3천 TEU를 수송할 수 있다. 12척을 모두 유럽노선에 투입하면 아시아~유럽 노선에서 현대상선의 선복량은 현재보다 약 14배 늘어나게 된다.
현대상선과 디얼라이언스 회원사들은 현대상선의 2만3천 TEU급 선박 12척을 유럽 노선에 ‘올인’해 현대상선과 디얼라이언스의 유럽 노선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로 삼으려 한다.
현대상선이 초대형 선박을 유럽 노선에 투입하면 작은 배를 여럿 운항할 때와 달리 규모의 경제를 통한 원가 절감 효과를 낼 수 있다. 현대상선은 유럽 노선에 투입하는 모든 선박을 스크러버(황산화물 저감장치)를 설치해 주문했기 때문에 비싼 저유황유를 써야하는 다른 선사들과 달리 유류비도 절약할 수 있다.
현대상선과 다른 디얼라이언스 회원사 사이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초대형 선박을 투입해 선복량을 갑자기 늘린다고 무조건 점유율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늘어난 선복량을 채울 수 있는 화주 확보도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한국, 일본, 대만, 독일 등 다양한 국적의 선사로 구성된 디얼라이언스는 현대상선이 늘어난 선복량을 채우는 데 큰 힘이 될 수 있다.
독일의 하팍로이드는 유럽 노선에서 약 10.5% 정도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일본의 원과 대만의 양밍도 각각 유럽노선의 8.9%, 5.3%를 점유하고 있다. 현대상선으로서는 늘어난 선복량을 동맹 회원사들의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해 채울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현대상선은 일찍부터 유럽 노선 진출을 준비해왔다. 현대상선은 현재 5천 TEU급 소형 선박을 이용해 노선 조사와 화주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유럽 노선에는 대형 선사들이 초대형 선박을 운항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초대형 선박이 필수적”이라며 “현대상선의 선복량이 2020년부터 두 배 이상 늘어나는 것을 두고 영업력과 관련된 의문이 많았지만 디얼라이언스 가입이 그 의문에 답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