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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공기업과 민간기업 사이의 고단함, 정부가 이제 선택할 때

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 2019-06-25 15:3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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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결정한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에 한국전력공사 이사회가 제동을 걸었다.

25일 이사회에 참여한 사외이사에 따르면 이사회는 누진제 개편으로 적자를 떠안게 되면 이사회가 배임혐의를 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손실 보전을 확약해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개편안을 의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전력 공기업과 민간기업 사이의 고단함, 정부가 이제 선택할 때
▲ 한국전력공사 본사 전경.

이들의 우려는 일부 타당한 부분이 있다. 실제로 소액주주들이 이번 개편안과 관련해 경영진을 배임혐의로 고소·고발하겠다는 뜻을 나타냈고 과거에도 한전 사장이 전기요금과 관련해 소액주주들로부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한 일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강원랜드 전 이사들이 부실기업 지원을 결정한 일로 소송을 당해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공기업 이사회의 정치·정책적 판단이라 해도 책임을 피해갈 수 없다는 사례가 됐다.

그렇다 해도 공기업 이사회가 정부정책에 반기를 들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정부와 한전이 전기요금을 놓고 불편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미 6월 초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 토론회에서 이런 상황이 예고 됐다. 산업부 과장은 “누진제 개편비용은 한국전력이 공기업으로서 부담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한국전력 본부장은 “추가 재무 부담을 지는 것을 이사회가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정부와 한전 사이 파열음의 근본원인은 명확하다. 바로 공기업도 민간기업도 아닌 어정쩡한 한국전력의 위치다. 

현행법상 한국전력은 시장형 공기업으로 분류돼 전력판매시장을 독점하는 특수한 지위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한국전력은 국내 증시와 미국 증시에 상장된 기업으로 절반가량 지분을 민간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상법상 주식회사에 해당하기도 하다.

정부는 공공요금인 전기요금을 정책적으로 통제해 국민들에게 값싼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 손실을 본다 해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런 생각은 얼마 전 발표된 2018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도 드러난다. 한국전력은 2017년 5조 원 흑자를 냈다가 2018년에는 6년 만에 적자로 돌아서면서 평가등급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시각이 많았으나 정부는 전년과 동일하게 양호(B) 등급을 부여했다.

그러나 상장 주식회사인 이상 한국전력은 주주들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회사에 손실을 입힐 것이 뻔한 정책을 보고만 있는 것은 투자자들의 신뢰를 저버리는 일이다.

한국전력의 지배구조를 보면 정부와 산업은행이 51.1%로 과반을 조금 넘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기금운용의 독립성을 지닌 국민연금을 더한다고 해도 60%가 채 되지 않는다. 

나머지 40% 이상의 지분은 일반투자자들이 들고 있고 외국인투자자 비율만 해도 25%를 넘는다. 소액주주를 모두 포함한 주주 숫자는 40만 명 이상이다. 한국전력이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닫은 채 정부의 정책만을 맹목적으로 따르기는 어렵다.

사실 정부가 한국전력을 100% 완전히 소유했던 기간은 채 10년이 되지 않을 정도로 길지 않다. 한국전력은 1898년 설립된 한성전기회사를 모체로 하고 있어 출발부터 사기업이었다. 

1961년 3개 전력회사를 통합해 한국전력이 출범해 공기업에 가깝게 운영됐지만 1982년이 돼서야 정부 전액출자에 따라 한국전력공사로 공기업 전환했다.

그리고 몇 년 지나지 않아 3차 공기업 민영화가 추진돼 1989년 국민주 방식으로 증시에 상장하면서 한국전력은 다시 주식회사 형태를 띠게 됐다. 5년 뒤에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도 상장됐다.

이후 한국전력에서 정부 측 지분은 꾸준히 낮아졌다. 정부 지분은 1997년까지 69.82%였다가 1998년 은행들의 현물출자로 58.19%로 낮아졌고 1999년 주식예탁증서(DR) 해외 매각으로 52.22%로 떨어졌다. 지배구조상 정부의 힘이 점차 약화하고 주주들의 목소리가 득세하게 됐다.

3차 민영화 당시 한국전력과 함께 상장된 한국통신(현 KT), 담배인삼공사(현 KT&G), 포항제철(현 포스코), 외환은행(현 KEB하나은행), 국민은행(현 KB국민은행) 등 대부분이 정부의 손을 떠나 민간기업으로 완전히 전환했다. 

현재는 한국전력과 기업은행만이 정부 소유로 남아 있다. 기업은행은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되기에 공기업으로서는 한전이 유일하게 30년째 공공과 민간 양쪽으로 발을 걸치고 있는 셈이다.

한국전력이 공기업과 민간기업의 이중적 성격을 지니고 있는 한 전기요금의 문제는 끊임없이 반복 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 요구하는 전력원가 공개가 이뤄지고 한국전력이 다른 사업을 통해 아무리 많은 수익을 낸다 해도 마찬가지다. 공공요금 통제에 따른 손실이 강제되기 때문이다.

결국 해법은 두 가지다. 한국전력을 민간기업으로 민영화하고 전력시장을 개방하는 방법이 아니면 공기업으로서 한국전력의 성격을 분명히 해 이윤 창출보다 공익성을 우선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공기업의 민영화정책은 과거 보수정권에서 주로 추진하던 것으로 문재인 정부는 야당 시절 이에 반대해 왔다. 더욱이 문재인 정권은 공기업이 공공성을 강화하고 공익적 책무를 다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전력시장 개방은 선택할 수 없는 방법이다.

그렇다면 결국 문재인 정부에게 남는 길은 하나다.

재공영화를 통해 한국전력을 정부의 완전한 지배 아래 놓는 것이 가장 좋지만 현실적으로 그게 어렵다면 현재 체제에서 한국전력이 공기업으로서 공익적 행보를 지속할 수 있도록 정부가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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